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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선임기자

등록 : 2018.04.17 04:40

[기억할 오늘] 335년 전쟁(4.17)

등록 : 2018.04.17 04:40

지도 좌측 하단 작은 점으로 보이는 몇 개의 섬이 영국 남서 최남단 콘월주 실리제도다. 네덜란드와 충돌없이 '335년전쟁(1651~1986)'을 치렀다.

켈로그-브리앙 조약(Kellogg- Briand Pact)은 국가간 전쟁행위를 금지한 최초의 근대 국제조약으로, 1928년 8월 미국 국방장관 프랭크 켈로그와 프랑스 외무장관 아리스티드 브리앙이 주도해 체결했다.

국제 분쟁 및 외교ㆍ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거부ㆍ포기할 것을 명시한 서문과 전문 3장의 이 명료한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유럽과 북미 15개국이었다. 1차 대전 직후의 미봉책이었지만 발의자인 켈로그는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2차대전 직전인 1939년 무렵에는 63개국이 조약을 비준했다.

2차 대전을 치른 세계는 다시, 1945년 6월 유엔헌장으로 평화와 전쟁 근절을 선언했다. “제1조: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평화에 대한 위협을 방지, 제거하고(···위협이 되는) 국제적 분쟁이나 사태의 조정ㆍ해결을 평화적 수단, 정의와 국제법 원칙에 따라 실현한다.”

전쟁이 허용되는 경우 즉 국가의 전쟁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는, 국제법에 따르면, 피해국의 동의가 있거나 자위(自衛)적ㆍ대항적 조치거나 불가항력적 상황이어야 한다. 따라서 선제적 전쟁은 모두 불법이지만, 전쟁의 원인까지 파고 들 경우 특정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게 무척 곤란해진다. 인류는 전쟁 없는 세계를 구현할 국제적 법ㆍ제도를 갖지 못하고 있다.

‘335년 전쟁(335 Years’ War)’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와 영국 실리제도(Isles of Scilly)의 전쟁은 1651년 3월 30일 시작돼 1986년 4월 17일 끝난, 국제법상 인류 최장 전쟁이다. 찰스 1세의 왕당파와 올리버 크롬웰의 의회군 사이의 내전(제2차 영국내란, 1642~1652) 막바지, 네덜란드공화국은 크롬웰의 철기군에 쫓겨 영국 서남쪽 켈트 해의 실리제도로 쫓겨와 있던 왕당파에 선전포고했다. 네덜란드로선 스페인과의 독립 전쟁(1568~1648)에서 영국에게 진 신세를 보답해야 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왕당파는 의회군에게 항복해버렸고, 네덜란드는 총 한 발 안 쏘고 머쓱하게 종전을 맞이했다. 선전포고는 했지만, 당연히 휴전협정은 없었다.

실리 자치의회가 국제법상의 전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네덜란드 대사관에 조치를 요구했고, 영국 주재 대사와 실리 의회가 32년 전 오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국제법의 위엄이 모처럼 돋보인 순간이라 할 수도 있겠고, ‘바지 사장’의 고단한 체면 차리기라 할 수도 있겠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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