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엄마’보다 ‘알렉사’… AI 음성비서에 푹 빠진 어린이들

알림

‘엄마’보다 ‘알렉사’… AI 음성비서에 푹 빠진 어린이들

입력
2017.11.25 11:00
0 0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 저해 가능성

아동 80% “알렉사는 진실만을 얘기”

과도한 신뢰… 자율적 판단도 힘들어

최근 음성비서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음성비서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알렉사(Alexa)!”

미국에 거주하는 야나 웰린더의 아들은 갓 돌이 지났다. 겨우 “아빠(Papa)”만을 발음할 줄 알았던 아기의 입에서 두 번째로 나온 단어는 “아가(Aga)”였다. 평소 자신과 대화를 나누던 ‘알렉사’를 불완전하게나마 표현한 말이었다. 한마디로 ‘엄마’(Mama)보다도 ‘알렉사’라는 어휘를 먼저 배우려고 한 셈이다.

알렉사는 아마존사에서 내놓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서비스로,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응답하는 원리로 작동하는 플랫폼이다. 유튜브에서는 어린이들이 알렉사나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 AI 음성비서와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음성비서와 장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우려들도 함께 제기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요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WP 보도에 인용된 비영리 교육재단 ‘커먼센스 미디어’에 따르면, 미국 내 자녀가 있는 10가구 중 1가구 이상은 알렉사와 같은 AI 음성활성장치(음성 인식ㆍ반응 장치)를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8세 이하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은 하루 평균 48분으로, 이는 최근 6년 사이 무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해당 연령대 아이들의 42%는 자기 소유의 태블릿 PC도 갖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도 애플의 ‘시리’나 삼성의 ‘빅스비’ 등 AI 음성비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현재로선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AI 음성비서와의 ‘교류’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WP는 그러나 이를 전제하면서도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요인들을 거론했다. ‘아동-부모 간 애착관계 형성’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많은 아이들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AI 음성비서를 ‘사람은 아니어도 실제로 살아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며, 그로 인해 강한 유대감도 갖게 된다. 부모 대신 음성비서를 가장 가까운 친구나 심리적 안정을 주는 상대방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아동이 AI 음성비서의 ‘응답’을 과도하게 신뢰하게 될 위험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7일자 보도를 통해 이를 지적하면서, “몇몇 아이들은 음성비서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하는 타협적 관계를 맺으면서 이 관계가 진실하다고 느낀다”는 작가 레이철 보츠먼의 분석을 전했다. 실제로 그가 인용한 통계를 보면, 어린이들의 80%는 ‘알렉사는 항상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능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지난 16일 보도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미디어사회학을 연구하는 제이넵 투펙치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AI 음성비서에 대해 “알고리즘이 내놓는 답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 간다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고 WSJ에 말했다.

아울러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음성비서가 아이의 말을 데이터로 저장, 대화 학습 능력을 점점 키워가는 작동 원리로 볼 때, 결국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서비스 제공업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규제 당국이 AI 음성비서를 비롯, 홈 허브 시스템의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아마존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새로운 추가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고, 구글도 ‘아동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음성정보 처리 과정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음성은 저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