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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문예사에 길이 남을 오롯한 나만의 공간

입력
2017.05.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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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몽테뉴. 치타델레에서 써낸 '수상록'은 인문학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꼽힌다. 오롯이 홀로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 치타델레에서 써낸 '수상록'은 인문학적 글쓰기의 전범으로 꼽힌다. 오롯이 홀로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오롯한 나만의 공간’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1533~1592)가 살았던 ‘치타델레’다. 유복한 귀족 집안에서 나고 자란 몽테뉴의 인생에는 크게 걸림돌이 될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4년 만에 얻은 딸이, 가장 우애가 깊었던 동생이, 깊게 의지했던 친구에다 존경하던 아버지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줄줄이 죽자 세상이 귀찮아졌다. 더구나 바깥 세상은 종교전쟁에다 전염병으로 시끄러웠다.

몽테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영지 안에 있던 3층짜리 원형탑 ‘치타델레’로 숨어들었다. 귀족 영지 내 있던 탑이라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그냥 창고 같은 건물이다. 그 속에서 몽테뉴는 10여년 동안 닥치는 대로 1,000여권의 책을 읽어나갔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을 메모했다. 그 단상들이 모여 ‘수상록’이 됐다. 이 때문에 몽테뉴의 치타델레는, 철학자 칸트가 거닐었던 쾨니히스베르크의 오솔길에 비유되기도 한다.

옛 귀족, 옛 철학자에게 자기만의 공간은 고독과 낭만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후대 여성 작가들에게는 이 또한 특권이었다. 제인 오스틴, 샬럿 브론테는 식탁에서 글을 써야 했다. 여성에게 할당된 공간이란 부엌뿐이었으니까. 20세기 여성 작가들은 이를 뛰어넘으려 했다. 여성과 여성의 공간 부엌을 거부하기 위해 집안 살림에서 완전히 손을 뗐던 시몬 드 보부아르는 카페를 작업실로 쓰다 나중에 유명작가가 되면서 작업실을 따로 꾸렸다.

그러나 치타델레로 상징되는, 오롯이 홀로 되는 공간이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천차만별이라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예다. 2013년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월간지 ‘현대문학’에다가 ‘바른 것이 지혜다’라는 글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이 1990년대에 출간한 ‘결국 한 줌, 결국 한 줌’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같은 수필집을 두고 “수신에 관한 에세이로 모럴리스트인 몽테뉴의 전통을 잇는다”고 평했다. 허무함은 비슷했을지 모르나, 다시 일어서는 방법은 달랐던 것 같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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