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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결핵감염’ 호들갑 떨 때 아냐

입력
2016.08.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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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ㆍ흡연 잡지 못하면 결핵퇴치‘공염불’

최근 대형 의료기관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돼 문제 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당뇨병와 흡연을 잡지 못하면 결핵 퇴치는 요원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대형 의료기관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돼 문제 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당뇨병와 흡연을 잡지 못하면 결핵 퇴치는 요원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대목동병원, 서울삼성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에서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처럼 대규모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감염ㆍ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은 “설사 결핵균에 감염돼도 10명 중 9명은 결핵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메르스처럼 대규모 감염사태는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진은 결핵에 감염될 확률이 높을까. 의료인들은 “외래진료 시 기침을 하거나, 가래에서 피가 나오는 등 결핵을 의심할 수 없는 다양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결핵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김철홍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활동성 결핵환자와 접촉한 이들의 30%는 실제 결핵이 발병할 수 있어 의료인들이 결핵에 감염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면서 “의료인들의 경우 실제 결핵 증상이 있어 발견되는 것보다 검진을 통해 밝혀지기 때문에 설사 결핵에 감염돼도 일반 활동성 결핵환자보다 감염전파력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는 X선 촬영 결과 활동성 결핵을 판정 받았지만 객담도말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아 다른 이들에게 결핵균을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장복순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밀검사 결과 활동성 결핵으로 진단을 받아도 기침이나 가래 등 증상이 없으면 전염력이 약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활동성 결핵이 아닌 잠복결핵이면 감염 자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결핵균이 우리 몸에 침투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결핵을 앓지는 않는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결핵균이 체내에서 증식할 수 없도록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핵균은 마치 잠이 든 것처럼 몸 속에서 조용히 웅크린 채 지내게 되는데 이를 ‘잠복감염’상태라 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이 됐지만 결핵으로 악화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의들은 “사람에 따라 수 년, 수십 년 잠복감염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면서 “잠복감염 시에는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옮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뇨병ㆍ흡연ㆍ음주… 결핵 퇴치 장애물

대형 의료기관 의료진이 결핵에 감염됐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담배를 피우고, 하루가 멀다고 음주를 하고 있는 이들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더 문제다.

당뇨병과 흡연은 의학적으로 결핵을 일으키는 유발인자다. 장 교수는 “흡연을 하거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결핵에 감염되면 잠복결핵이 아닌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면서 “사회ㆍ국가적으로 이들 위험인자를 줄이지 않고는 결핵을 퇴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을 앓는 환자들은 면역력 체계가 억제돼 결핵에 걸리기 쉽다. 김 교수는 “당뇨병에 걸리면 혈관이 약해지고 백혈구 기능이 떨어져 일반인보다 결핵발생률이 높다”면서 “당뇨병 환자가 잠복결핵에 걸렸을 경우 선제적으로 결핵부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흡연자가 결핵에 노출되기 쉬운 것은 호흡기에 있는 면역시스템을 붕괴시켜 결핵균이 쉽게 우리 몸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자가 결핵에 걸리면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면서 “흡연자는 결핵균에 감염될 확률뿐 아니라 사망률도 높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결핵환자가 많은 것은 결국 흡연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음주도 문제다. 김 교수는 “음주를 많이 하면 체력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알코올중독자의 경우 위생이 불량해 결핵에 쉽게 노출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술잔을 돌리는 음주문화가 팽배한 것도 결핵발생에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ㆍ청소년도 문제… “결핵서 자유로운 연령층 없어”

여성들도 결핵에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하면 영양부실로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에 노출되기 쉽다. 비타민D가 부족한 50대 이상 여성도 위험하다. 장 교수는“비타민D 부족도 결핵 유발인자로 밝혀졌다”면서 “비타민D가 부족한 50대 이상 중년 여성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평소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모두 3만 1,537명으로 이중 25.7%는 50대 여성이었다. 특히 50대 여성 환자는 2010년 479명에서 최근 5년 새 12배나 폭증했다.

학교와 학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초ㆍ중ㆍ고교생들도 결핵에 노출되기 쉽다. 전문의들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 불규칙한 식사 등을 면역력이 저하된 청소년들도 결핵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말한다.

노인층으로 편입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 생)들도 비상이 걸렸다. 전문의들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 급증하고 있어 결핵환자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포스트 노인층이라 할 수 있는 현재 40대 이상 국민의 30~40%가 잠복감염자이기 때문에 결핵퇴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장 교수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결핵에 자유로운 연령층이 없다”면서 “결핵퇴치를 위해서는 우리사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결핵은 메르스, 뎅기열처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 아니다. 전문의들은 “약물로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이 아니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약물을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면서 “치료기간에는 반드시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증상이 개선돼도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꼭 알아야 할 결핵 상식]

Q : 결핵에 걸려도 완치하면 다시 걸리지 않는다?

A : 결핵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완치를 해도 재발할 수 있다. 완치 해도 10명 중 3명은 재발된다. 감기처럼 다시 재발할 수 있어 평소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Q : 결핵은 폐에만 발생한다?

A : 결핵환자의 80%가 폐결핵이지만 손톱, 머리털을 제외한 몸의 거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한다. 병변 부위에 따라 폐결핵과 폐외결핵으로 구분된다. 흉곽 신경계 뼈 관절 비뇨생식기 등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은 흔치 않지만 과거 ‘앉은뱅이’질환이 ‘척추결핵’으로 추정된다.

Q : 결핵균에 감염되면 무조건 결핵에 걸린다?

A : 결핵균에 감염돼도 90%는 신체면역기능에 의해 자연적으로 사멸되거나 잠복상태를 유지한다. 결핵균에 감염된 10%만 발병한다.

Q : 약을 먹으면 감염위험이 없다?

A : 약을 복용해도 다른 사람에게 결핵균을 전파할 수 있다. 그래서 14일 정도 격리치료가 필요하다. 결핵판정을 받은 후 14일 정도 격리치료를 하면 감염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자신과 타인을 위해서라도 격리치료에 적극 임해야 한다.

Q : 결핵은 대수롭지 않은 감염병?

A : 결핵은 끈질기면서도 치명적인 질병이다. 지난해 국내 메르스 감염자는 총 186명으로 이 중 3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지만 2014년 기준 국내 총 결핵환자 4만3,088명 중 81%가 넘는 3만4,869명이 과거 결핵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새로운 환자였고, 같은 해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2,305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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