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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北 핵실험 사전 징후 포착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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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더]北 핵실험 사전 징후 포착의 허와 실

입력
2017.04.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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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의 작업을 재개할 조짐이 있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서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의 작업을 재개할 조짐이 있다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를 찍은 위성 사진에 나타난 정황들을 토대로 한 분석들이다.

반면 위성 사신을 통해 얻어진 핵실험장의 모습을 분석해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과거 북한의 핵실험 징후들로 여겨졌던 결정적 움직임들이 더 이상 관측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지며 핵실험 임박 징후 사전 포착은 사실상 '허상'에 가깝다 게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핵실험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터널(갱도)을 굴착하고, 핵실험 설비를 장착한다. 핵실험 데이터 수집 전송을 위한 케이블이 가설된 다음 진행되는 단계가 '갱도 되메우기'다. 핵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자갈과 콘크리트를 이용해 갱도 입구를 막는 단계다. 한번 메우면 다시 갱도 입구를 확보하는 데 많은 품이 소요되는 만큼 갱도 되메우기는 유력한 핵실험 사전 징후로 여겨져 왔다.

① 갱도 되메우기 하면 핵실험 임박?

그러나 군 당국은 2016년 1월 북한의차 핵실험 부터 갱도 되메우기 작업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방부는 "핵실험이 매우 은밀하게 진행됐다"며 핵실험 임박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수달 전까지만 해도 핵실험 최소 한 달 전에 징후를 알 수 있다고 공언해왔던 국방부는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 말은 결국 '북한이 언제 핵실험을 할 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는 정부 당국의 실토로 받아들여졌다.

갱도 되메우기는 왜 포착되지 않았을까. 가능성은 두가지다. 북한이 미군 정찰위성의 감시가 취약한 시간대에 갱도를 되메웠거나, 갱도 내부에 차단벽을 설치해 갱도 입구를 더이상 메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구축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핵실험 임박 징후로 여겨졌던 갱도 되메우기 작업이 관찰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뜻이다.

② 핵실험장 주변 차량과 인력의 의미는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징후로서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보도되는 것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인력과 차량의 이동이 많아 졌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마음먹었다면, 핵실험장 주변 움직임은 바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인력과 차량의 증가는 핵실험 준비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반면 기만 전술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군사 위성과 상업 위성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핵실험장 주변에 장비와 차량, 인력을 노출시킬 경우 한국과 미국은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다.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카드는 뒤로 숨겨놓고 핵실험을 할 듯 말 듯한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북한은 주변국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한반도 지역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전문매체인 38노스는 지난달 29일 상업용 위성으로 전날 촬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을 분석한 결과 70~100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고 전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감행 전에도 이같이 많은 사람들이 핵실험장에 모였었던 점에서 추가 핵실험 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위성이 도는 주기를 파악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주변국을 속일 수 있다"며 "겉으로 드러는 노골적 움직임은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③ 상업 위성 관찰 사진 신빙성은

극비 보안 사항인 미국의 군사위성이 잡아낸 정보와는 달리 연구기관 등 민간에서 운영하는 상업 위성 정보는 자주 공개된다. 다만 상업 위성의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가장 많이 전하고 있는 38노스의 위성 역시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상업용 위성 해상도는 50cm 수준이어서 신뢰도 있는 분석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관련 분야 과학자가 아닌 이상 상업위성 자료를 통해 신뢰도 있는 분석을 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당국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업위성 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이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의 관계자는 "해당 기관이 외부 기금 유치 문제 때문에 북한 내부 동향 분석 자료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올 지경"이라고 전했다.

④ 핵실험 사후 확인은 되나

핵실험 사전 동향 파악도 어렵지만, 핵실험 뒤 핵물질을 확인하는 작업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미는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실험 시 발생하는 방사성 입자 핵종을 공기중에서 포집하기 위해 특수 항공기 등을 띄운다. 그러나 공기 중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핵물질을 포집하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서 교수는 "풍계리 상공에 직접 가지 않는 이상 핵물질 포집 작업은 상징적인 활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주변국들은 이를 반박하거나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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