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국 국회 ‘묻지마’ 외유 용인… 깜깜한 외부지원 규정

알림

한국 국회 ‘묻지마’ 외유 용인… 깜깜한 외부지원 규정

입력
2018.04.18 04:40
4면
0 0

국회 예산 출장만 천원 단위까지 보고

외부 지원 출장은 관련 규정 전혀 없어

“부적절 접대ㆍ로비 수단 악용 비일비재”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실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출장은 입법활동 내실화와 외교활동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의원들만 누리는 대표적인 특권의 하나라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피감기관 등 외부 기관이 비용을 지원하는 외유성 출장은 감시ㆍ관리 체계가 없어서 부적절한 접대나 로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의 해외출장이 업무 목적에 맞도록 촘촘히 규제하고 사후 보고 및 관리 체계도 투명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크게 ▦국회 예산 보조 출장 ▦해외기관 초청 출장 ▦정부산하기관ㆍ피감기관 예산 출장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의원 해외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국회 예산을 지원받아 가는 출장으로, 올해만 15건이 있었다. 올해 초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이 장애인 고용 및 복지 정책 수립에 참고가 될만한 유럽의 관련 정책을 파악하고자 프랑스를 방문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국회 예산으로 가는 출장은 사전에 출장 계획을 소속 상임위와 국회사무처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출장 경비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지급되고, 사후에 증빙서류 등을 첨부해야 한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비 출장을 다녀오면 사진을 붙인 출장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공개해야 한다”면서 “경비도 천원 단위까지 기록으로 남긴다”고 했다. 그만큼 외유성 일정이 포함될 여지가 적다.

하지만 피감기관 등 외부에서 돈을 대는 출장의 경우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의원들이 누구로부터 얼마를 지원받았는지, 출장지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할 의무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외부 기관에서 비용을 지원받을 경우 관련 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과도 대비된다.

때문에 해마다 몇 건이나 해외출장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피감기관 16곳을 뽑아 집계한 19, 20대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례로 전체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간 경우가 더불어민주당 65회, 자유한국당 94회 등 167차례였고, 김 전 원장의 개별 출장과 흡사한 방식으로 이뤄진 의원들의 해외출장이 총 14차례로 파악됐다.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다 보니 외유성 일정이 끼어들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당 소속 A의원은 2013년 7월 9일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참관 차 독일 라이프치히를 다녀왔다. A의원은 당시 출장에 비서관과 동행했는데,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은 이들의 항공료 1,070만원을 포함한 출장비 2,066만원을 전액 부담했다. A의원은 당초 경기장 투어와 선수 격려, 산업 시찰 등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일정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현지 관광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외유성 출장 사례 때문에 정상적인 의원외교 활동마저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보좌관은 “국제회의, 박람회, 외국 수뇌부가 참석하는 주요 기업 행사 등에 의원들이 참석해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미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19대 국회 전후로 무분별한 외유성 출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의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의원은 “해외출장이 부적절한 접대 수단으로 인식돼 외교활동마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를 투명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