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영월 '명품 고택' 문화재 지정 해제 위기

중부지방의 대표적 반가(班家)가옥 형태인 영월 조견당.

200년 전통을 가진 강원 영월군내 고택 조견당(照見堂)이 지반침하에 따른 건축물 붕괴위험에도 2년 간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최근 고택에 대한 문화재 지정 해제까지 추진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윤완식 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회장은 최근 강원도와 도의회에 서한을 보내 “조견당이 지반 침하로 인해 뒤쪽으로 5도 가량, 동쪽으로 3도 정도 기울어 매우 위험한 상태에 직면해 있는데도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택에 이상이 발생한 2014년과 지난해 강원도비 2억 원, 영월군비 3억 원을 확보해 추진하려던 복원공사가 영월군의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이후 방치되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영월군 주천면에 위치한 조견당은 1827년(순조 27년)에 상량을 올린 중부지방 반가(班家) 가옥을 대표하는 전통한옥이다. 조견당은 지난 1985년 강원도 문화재 자료(제71호), 2014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명품고택’으로 지정됐다. ‘오행사상’을 표현한 동쪽 화방벽과 서쪽 부엌 방향 5칸 벽면의 문살과 벽체 공간은 건축ㆍ디자인 전공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코레일관광은 지난해부터 조견당이 포함된 관광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저런 문제로 문화재적 가치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윤 회장은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외면하는 것이 제대로 된 문화재행정이라 할 수 없다”며 “조속한 문화재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국적으로‘강원도 문화재 지키기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월 조견당 사랑채 모습.

더 큰 문제는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200년 가까이 지켜온 고택 문화재 지정이 해제될 위기에 놓였다는 것. 강원도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 비공개로 문화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원도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개발행위 제한 등 수년 간 조견당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한 민원으로 인해 문화재 지정 해제 요청이 들어와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견당 측은 “영월군이 문화재 주변을 1, 2, 3구역으로 정리해 민원 소지를 크게 줄였고, 문화재로 인한 불이익은 다분히 피해의식에 불과하다”며 “지역 주민들의 반문화재 정서와 소유자도 원한다는 이유로 문화재 지정을 해제한다면, 나쁜 선례를 남긴 지자체로 지목돼 국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