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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김훈의 책꽂이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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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김훈의 책꽂이는 어떤 모습일까?

입력
2016.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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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부암동의 사진공방에서 만난 임수식 작가가 10년째 진행 중인 ‘현대판 책가도’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책 한 권 한 권이 쌓여 만들어지는 책장은 책장 주인의 얼굴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지난 12일 서울 부암동의 사진공방에서 만난 임수식 작가가 10년째 진행 중인 ‘현대판 책가도’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책 한 권 한 권이 쌓여 만들어지는 책장은 책장 주인의 얼굴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책장은 한 권씩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인지 대부분 책장의 주인과 다르지 않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선후기 유행했던 회화양식으로 책장을 옮겨 그리는 ‘책가도’ 작업을 사진으로 이어가는 임수식 작가는 12일 서울 부암동의 사진공방 공간291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책가도 작업은 마치 초상화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 첫 개인전 준비를 하던 중 ‘전시 소품으로 책장과 책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우연히 책가도 작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강, 이외수, 김훈 작가 등의 책장으로 150여 점 작품을 완성했다.

젊은 시절부터 함께 한 듯한 책들과 어버이날 선물로 받았을 빨간 카네이션이 놓인 이외수 작가의 책장, 집필에 필요한 책들로만 간추려진 듯한 김훈 작가의 책장 등 개별 책장은 주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까지 만난 책장과 그때마다 자신의 느낌을 엮어 지난달 ‘책가도’(카모마일북스)를 내놨다. 21일까지 공간291에서 전시도 연다.

김훈 작가의 일산 집필실 책장. 임수식 작가는 "집필에 필요한 책들로만 간추려진 듯 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과 나를 위한 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촬영이었다"고 전했다. 카모마일북스 제공
김훈 작가의 일산 집필실 책장. 임수식 작가는 "집필에 필요한 책들로만 간추려진 듯 해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공간과 나를 위한 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촬영이었다"고 전했다. 카모마일북스 제공

임수식 작가는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그림 같다’고 표현한다”며 “이것이 조선시대 책가도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예전의 책가도가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본떴다 해도 허구를 전제로 했던 것과 달리, 사진 촬영한 임씨의 책가도는 실제 대상과 동일시된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책가도 작업을 하면서 ‘예술작품’에 대한 고민보다 ‘기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은 작업량이 쌓일수록 깊이와 무게를 갖게 된다”며 “1,000개의 책가도를 목표로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임수식 작가가 입시를 위해 다녔던 부산의 사진학원 '아트뱅크'의 책가도. 촬영 관련 책자와 소품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카모마일북스 제공
임수식 작가가 입시를 위해 다녔던 부산의 사진학원 '아트뱅크'의 책가도. 촬영 관련 책자와 소품이 책장을 채우고 있다. 카모마일북스 제공

추구하는 작업의 깊이만큼이나 작업 과정도 묵직하다. 그는 책장 전체를 한 번에 촬영하는 대신 각 칸을 따로 촬영한다. 사진은 전통성을 살리기 위해 택한 한지 위에 출력된다. 임씨는 출력된 결과물을 직접 손바느질로 꿰매 하나의 책장으로 재탄생 시킨다. “(회화와 비교했을 때)아주 얇은 종이 위에 현상돼 늘 ‘밀도’에 대한 결핍을 갖고 있는 사진”에 대한 그 나름의 해결책이다. 임수식 작가는 또한 “순식간에 탄생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모습을 갖춰가는 책장의 모습을 한 땀 한 땀의 작업 과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바느질에 익숙지 않았던 그는 처음에 “재봉틀을 쓸까”도 고민했다. 그러나 “종이가 구겨지면 안 됐기 때문”에 이내 생각을 접었다. “오랜 시간 바느질을 할수록 작품에 더 많은 애정이 생길 거라 믿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실제로 촬영이나 포토샵 작업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책들이 손바느질을 하는 과정에서야 온전하게 눈에 들어온다”며 “책들의 제목을 읽다 보면 그 책장 주인의 생각을 읽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책가도 작업을 ‘읽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며 덧붙였다. “목표한 1,000점까지 긴 호흡으로 가고 싶어요. 앞으로 만나게 될 책장들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지 않게요. 세상은 자꾸만 빨라지지만 작품만은 느리게 가고 싶어요. 그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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