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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 "물대포로 시위대 실명시킨 경찰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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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 "물대포로 시위대 실명시킨 경찰 위법"

입력
2015.11.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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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확실한 위험이 없는데 물대포 해산은 과도한 행동”

물대포 피해자 배상 위자료 받을 길 열려

2010년 독일 환경시위에서 초당 18리터의 물대포를 맞아 시력을 잃은 디트리히 바그너(70)가 눈가에 피를 흘리는 사진과 영상이 독일 언론에 보도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AFP 연합뉴스
2010년 독일 환경시위에서 초당 18리터의 물대포를 맞아 시력을 잃은 디트리히 바그너(70)가 눈가에 피를 흘리는 사진과 영상이 독일 언론에 보도됐다. 바덴뷔르템베르크=AFP 연합뉴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행정법원이 5년 전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액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해 시위를 강제 해산한 행위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2010년의 환경 시위의 피해자들이 피해배상과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알게마이네가 19일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5년 전 교통난 완화를 위해 ‘슈투트가르트 중앙역 지하화 공사’를 추진하려 했지만 “대규모 공사는 심각한 환경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쳤다. 2010년 9월 30일에 열린 대규모의 반대 집회에는 5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정부는 해산 명령을 내렸고 진압 경찰을 투입해 곤봉, 물대포, 최루액 등을 사용해 1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시위에서 초당 18리터의 수압의 물대포에 얼굴을 직격으로 맞았던 디트리히 바그너씨(70)는 시력을 잃었다. 4~5m 전방에서 진압경찰이 쏘아 올린 물대포는 바그너의 눈꺼풀을 찢고 안구뿐 아니라 안구를 싸고 있는 안와골까지 망가뜨려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이후 6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을 되찾을 수 없었다. 담당 의사는“1분 이상 물대포를 맞았다면 뇌에도 손상이 갈 수 있었던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법원은 당시 집회가 독일 헌법에 보장된 합법적인 시위였기 때문에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담당 판사는 “시위대 중 일부가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면 그 개인을 대상으로 구금하거나 체포, 추적할 수 있지만, 당시 시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눈에 보이는 확실한 위험이 없는데도 경찰이 물대포 등으로 위협하며 해산을 종용하고 직접적 강제력까지 사용한 것은 과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판결 후 바그너 씨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주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원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런던시에서 독일의 중고 물대포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런던 집회에 참석해 "물대포는 생각보다 매우 위험한 장비이자 민주주의를 해치는 것"이라며 "영국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는 연설했다. 이에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 장관은 물대포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무력을 이용한 진압이 민주적인 여론 수렴과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려 물대포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판결 소식을 들은 사회민주당 소속 라인홀트 갈 주 내무장관은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시민이 부상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고 녹색당 소속 빈프리트 크레취만 주 총리는 ‘정의로운 결과’라고 전했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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