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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울타리 무너진 시대…국고 지원 공공후견제 확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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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울타리 무너진 시대…국고 지원 공공후견제 확대를”

입력
2017.05.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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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후견 방대한 인력 풀 만들어

사각지대 놓인 노인들 지원해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법무법인 율촌 14층 사무실에서 소순무 초대 한국후견협회장이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법무법인 율촌 14층 사무실에서 소순무 초대 한국후견협회장이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고독사’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가족은 붕괴됐는데 모두 오래 살게 됐어요. 성년후견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 14층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난 소순무(66) 초대 한국후견협회장(전 율촌 대표 변호사)은 “친척이나 가족이 병든 구성원을 돌보던 과거 가족의 역할이 급격한 사회 변화로 국가의 돌봄 책임으로 넘어오는 과도기에서 한국후견협회는 학계, 복지단체, 전문가후견인들의 구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인가구 500만, 치매노인 70만 시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국가는 늙고 약해진 이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은 결국 한국후견협회 출범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19일 창립한 한국후견협회에는 소 협회장을 비롯해 교수, 세무사, 법무사, 사회복지법인, 성년후견지원본부 등 성년후견제도에 깊이 관여해 온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잔존 의사능력과 복리를 존중하기 위해 법원이 전문가후견인을 지정해 재산 관리 등에 대한 대리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자동으로 후견인이 된 친족이 법원 감독도 없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해, 재산권 침해 폐해가 컸던 이전 제도(한정치산ㆍ금치산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한 것이다. 이런 취지엔 공감하지만 새로운 제도 역시 미비점이 많다는 게 협회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앞으로 무연고 치매노인, 가난한 독거노인 등 성년후견제도가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의 수는 폭증할 것”이라게 소 협회장의 단언이다. 전문가후견인뿐 아니라 민간의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이들을 후견인으로 지정, 활동 보수를 국고로 지원하는 공공후견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는 성년의 발달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공공후견이 이뤄지고 있다. 소 협회장은 “협회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후견업무를 가르치는 교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며 “후견 업무를 할 수 있는 방대한 인력 풀을 만들어,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노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문가후견인으로 직접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도 단체 창립의 단초가 됐다. 소 협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사단법인 온율에서는 성년후견인제도 개선과 연구를 목표로, 직접 후견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문제 하나를 가지고도 가족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려 중간자 입장에서 곤란을 겪을 때가 많았다”며 “한쪽 입장만 대변하면 되는 변호사 업무와 업무 성격이 달라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관련 매뉴얼이 전무한 까닭에 법무사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 전문가후견인들이 제각기 비슷한 난관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이들의 경험을 한 곳에서 공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도 시행 4년째가 됐지만 일선의 인식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소 협회장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피후견인의 재산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동사무소 등에 찾아가 관련 서류를 떼려고 들면 전문가후견인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서류를 줄 수 없다고 거부하기도 한다”라며 “성년후견제도를 일반 국민에게 알리는 일에도 협회가 앞장 서겠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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