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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17.09.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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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 강릉의 비지정문화재인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다 소방관 두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저녁 무렵 발생한 화재를 일단 껐으나 몇 시간 뒤 다시 연기가 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중 건물이 붕괴돼 일어난 참사였다.

이번 사고는 국내 소방 안전 태세의 몇 가지 허점을 돌아보게 한다. 우선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허가 건물에 대한 소방안전 대책이다. 1950년대 중반 건립된 일반 정자인 석란정은 오래되긴 했지만 문화적 가치가 떨어져 문화재관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건물이다. ‘문화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엄격한 안전관리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강원도에만 이런 건물이 3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이 건물은 건축 당시 관련법이나 규정이 부실했던 탓에 허가조차 받지 않고 지어져 일반 소방안전법의 관리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무허가 건물일수록 화재에 취약하고, 석란정처럼 지은 지 수십 년 된 목조건물이면 위험도는 더욱 더 크다. 무허가 건물에도 최소한의 소방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촘촘한 안전 관리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 등 오래된 목조건물은 건축물의 구조적 특성을 잘 이해한 후 화재진압 작업을 해야한다. 목조여서 불에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지붕 물매를 잡기 위해 지붕 아래에 보토라는 흙을 다량 얹고 적심이라는 목재를 쭉 까는 구조여서 흙의 무게가 상당하다. 화재로 건물이 불에 손상될 경우 붕괴하기 쉬운 구조다. 숭례문 화재 때 건물이 불타오르다 갑자기 지붕이 내려 앉은 것도 이런 구조였기 때문이다. 옛 건물의 이런 구조적 취약점을 잘 이해하고 진화에 나서도록 교육ㆍ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소방관 처우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방법에서 정한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소방관 인원, 노후한 소방차, 부실한 개인보호 장비 등 열악한 여건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자살한 소방관은 47명에 이른다. 작업 현장이 다른 공무원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참혹한 탓에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새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소방관 인력 확충은 물론이고 장비 개선, 소방관 심리 상담 확충도 절실하다.

유치원 발표회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 자유롭게 말하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은 대개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여자아이들은 가수이거나 발레리나거나 요리사다. 남자아이들은 의사, 변호사와 함께 “소방관”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주변에 “커서 소방관이 되거라”라고 말해 줄 어른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인데도 그렇다. 소방관이 책이나 애니메이션 등에 자주 등장해 무서운 재난 상황에서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용감하고 숭고한 이미지로 아이들의 머리 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방관의 임무도 그렇다. 이런 어렵고도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여건 탓에 자꾸 목숨을 잃어서야 될 일인가. 아이들에게 차마 부끄러워 그 실상을 낱낱이 말할 수조차 없는 현실을 더 이상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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