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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현대산업개발 ‘신의 한수’ 면세점 발판, 유통 중심으로

입력
2018.02.12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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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이파크몰로 유통 첫 발

용산 이점 못 살리고 경영 고전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진출로 돌파구 모색

고정 임대료-유동 인구 늘어

매출-영업익 두 자릿수 증가

정몽규 회장 지배력 높이기

5월 지주사 출범 작업 박차

정몽규(앞줄 왼쪽)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앞줄 오른쪽) 호텔신라 사장이 2015년 7월 2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앞줄 왼쪽)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앞줄 오른쪽) 호텔신라 사장이 2015년 7월 2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신의 한 수’로 볼 수 있다.”

2015년 4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고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 참가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증권사는 양사의 합작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합작을 통해 호텔신라는 약점으로 평가받던 면세점 부지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현대산업개발도 면세사업 경험이 없다는 문제점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에 새로 생기는 대기업 몫 면세 특허권 2장을 차지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해 한화 롯데 신세계 이랜드 등 모두 7곳이었다. 이중 면세사업 경험이 전무한 현대산업개발은 최약체 후보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손잡고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면서 입찰전 판세도 급격히 변했다. 당시 면세 사업 경험도 풍부하고 적절한 매장 부지도 보유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등이 신규 특허권을 무난히 따낼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결국 그해 7월 HDC신라면세점은 롯데와 신세계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서울 시내 신규 면세 특허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서울 용산에 문을 연 HDC신라면세점은 당시 기준으로 서울 시내 최대 면세점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도 합작사 설립으로 서울 시내에 면세점 2곳을 운영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당시 입찰전의 진정한 승자는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현대산업개발이 면세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으면 아직도 현대아이파크몰 단 1개의 백화점을 운영하며 유통업계 변방에 계속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에 운영중인 복합쇼핑몰 현대아이파크몰 전경. 신라호텔과 함께 운영중인 `HDC신라 면세점`도 이곳에 입점해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에 운영중인 복합쇼핑몰 현대아이파크몰 전경. 신라호텔과 함께 운영중인 `HDC신라 면세점`도 이곳에 입점해 있다. 아이파크몰 제공

건설에서 유통으로 보폭 넓혀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현대건설의 주택사업부가 독립해 만든 ‘한국도시개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도시개발은 1977년 창립한 한라건설과 1986년에 합병해 현대산업개발이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6,000세대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는 민간부문 주택건설실적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현대산업개발은 2001년 아이파크(IPARK) 브랜드를 통해 고급아파트 건설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산업개발이 유통산업에 첫발을 디딘 것은 2006년 용산에 현대아이파크몰을 개장하면서부터다. 당초 임대 사업을 위해 용산역사를 개발한 현대산업개발은 상공인들에게 점포를 개별 분양했으나 좀처럼 매장을 찾는 사람이 없자 이를 직영체제로 전환한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용산역사 분양은 성공적이었으나 백화점처럼 통합 운영ㆍ관리가 안 되면서 당시 매장에는 용산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군인만 보인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용산역사를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화된 쇼핑몰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기반의 회사가 유통 후발 주자로 나서 전국에 백화점 매장을 가지고 있는 기존 유통 대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울 한복판 용산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이파크몰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키덜트와 리빙관을 특색으로 내세우며 2012년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기존 백화점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정몽규 회장이 2015년 유통사업 돌파구로 면세사업 입찰전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면세점 적자여도 돈 버는 현대산업개발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유통 사업부문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실제 2014년 매출 1,299억원, 영업익 264억원에 불과했던 유통부문 실적은 2016년 매출 1,433억원, 영업익 327억원으로 각각 10.3%와 23.8% 증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현대산업개발의 자회사 격인 HDC신라면세점은 2016년에 초기 투자금 증가 등의 이유로 19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HDC신라면세점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현대산업개발이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 사업을 통해 임대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와 지분을 50% 나눠 가졌지만 현대산업개발은 HDC신라면세점으로부터 고정적으로 임대료 수입을 얻고 있다”며 “면세점 개장으로 현대아이파크몰을 방문하는 유동 인구가 늘어난 것도 현대산업개발이 덤으로 얻는 보너스”라고 말했다.

유통 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력 유통채널인 아이파크몰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대산업개발의 큰 고민 중 하나다. 2016년 기준 아이파크몰의 자본금은 마이너스(-) 789억원이다. 아이파크몰 역시 HDC신라면세점의 주식을 25% 보유하고 있어 면세 사업 동업자인 호텔신라도 이 부문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백화점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규모 차입금을 조달했다”며 “그러나 실적이 부진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차환용 빚을 또 내면서 결국 재무구조가 지금처럼 악화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 지배력 강화 포석… 지주사 전환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5월 지주사 출범을 목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현대산업개발을 HDC(존속법인)와 HDC현대산업개발(신설법인)로 인적분할한 뒤 HDC를 지주사로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계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정몽규 회장의 회사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절차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을 비롯한 특수 관계인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8.56%에 불과하다. 그 외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10.04%), 템플턴자산운용(9.68%), 블랙록자산운용(5.03%) 등으로 이를 합하면 오너일가 지분율보다 높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지주회사(HDC)가 향후 정몽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아이콘트롤스’ 등 계열회사들과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아이콘트롤스 지분은 58.04%에 달해 지주사와 합병 시 정 회장 측 지주사 지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530만주(약 7%)의 자사주도 인적분할로 생겨나는 지주회사(HDC)에서 의결권이 살아나게 돼 정 회장의 회사 지배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번 지주회사 전환은 투자와 사업기능을 분리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확대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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