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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이과 통합교육에서 달라져야 할 국어교과

입력
201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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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높이 평가하고, 교육 관련 연설에서 여러 번 언급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교육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안 던컨 교육부장관은 올해 초 한 학부모 행사에서 ‘왜 우리는 한국처럼 잘할 수 없느냐’는 주제로 연설해 화제가 됐다. 미국 정부가 한국 교육의 어떤 점에 관심을 갖는지는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나 교육에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지식기반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급두뇌의 양성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공통의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나라들은 창의적인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으로 ‘21세기 핵심역량’에 주목하면서 교육개혁을 앞다퉈 전개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에 소용되는 ‘21세기 핵심역량’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꼽는 것은 ‘의사소통능력, 비판적ㆍ창의적 사고력, 대인관계 능력, 문화예술 향유능력, 문제해결능력, 시민의식, 미디어 활용 능력’ 등이다. 핵심역량의 구성 내용에 대해서는 합의 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갖춰야 할 능력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 현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거운 교육적 소명을 일깨워준다.

단언컨대,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지금까지 구축해 온 ‘분과 학문의 틀’로는 이런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우리의 경우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분절적 교육의 틀로는 창의적 지식을 창출하기 어렵다. 폐쇄적인 지식의 구조가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발현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 나가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통합의 철학과 방향에 맞춰 개별 교과의 내용이나 교수학습 방법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변화된 각 교과들끼리의 소통이 강화돼야 함은 물론이다. 각 교과들의 통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연결고리를 합리적으로 찾아야 하고, 이에 맞게 내용 성취기준의 틀도 개선해야 한다.

나는 개별 학문들을 융합하는 일에 국어 교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국어 교과는 ‘도구적 성격’을 지닌 언어 교과로 인식돼 왔다. 이 관점은 국어 교과에서 언어의 구조와 원리를 배워 그것으로 다른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배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그런데 도구적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언어 사용과 무관한 문법 지식을 학생들에게 암기하게 하고, 교과서에 실린 글을 세밀하게 해부하는 데 너무 힘을 쏟게 함으로써 학습 피로도를 축적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국어 교과에서 ‘도구’의 개념이 기능적인 수단이 아니라, ‘지식ㆍ문화의 생성을 위한 도구’ ‘지식ㆍ문화의 소통을 위한 도구’로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이런 틀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가 발달하고 이 틀 안에서 한 개인의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자신의 학습을 소중히 여기고 미래 사회를 위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교육과정을 혁신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완성도 있는 문학적 표현물을 생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비롯해 창의적 사고와 소통 능력을 키우는 일도 국어 교과의 몫이다. 토의와 토론, 자기 표현, 매체언어 등에 관한 교육도 국어 교과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이런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 생각을 공유하고, 이질적인 가치들을 비판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와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배우고 익힌 기본적 소양을 다른 교과와의 소통에 적용한다면 학습수준이 높아지고, 핵심역량을 충분히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어 교과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이 문ㆍ이과 통합교육의 성공적인 정착에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박인기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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