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고성군, 행정구역은 6개인데 읍ㆍ면장은 왜 10명일까?

입력
2018.06.02 09:00
9면
0 0

고성군 남ㆍ북 둘로 갈라져

과거 북쪽이던 장전읍 등

되찾지 못한 ‘미수복’ 지역엔

5명의 명예 읍ㆍ면장 임명

“남북관계 화해무드 시기

‘미수복’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남한의 영토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한 강원 고성(高城)군은 간성읍, 거진읍, 죽왕면, 토성면, 현내면 등에 5명의 읍ㆍ면장을 두고 있다. 수동면은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어 주민이 없기 때문에 읍ㆍ면장이 없다. 그런데 고성에는 이들 말고도 고성읍, 장전읍, 서면, 수동면, 외금강면 등을 책임지는 명예 읍ㆍ면장이 더 있다. 공식 행정 구역은 6개지만 실제 읍ㆍ면장이 10명인 이유는 고성이 처해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했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이북5도청에서 미수복 강원도민의 날 행사가 열렸다. 휴전선 이북 강원도에 고향을 둔 참석자들이 이북5도청 관련 뉴스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이북5도청에서 미수복 강원도민의 날 행사가 열렸다. 휴전선 이북 강원도에 고향을 둔 참석자들이 이북5도청 관련 뉴스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고성은 전국의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강원 철원군, 인천 옹진군과 함께 남북한에 모두 걸쳐 있는 3곳 중 하나다. 특히 남한 영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원과 달리 고성은 남(664.55㎢), 북(518.56㎢)이 각각 절반 정도를 나눠 가진 유일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이전 38선이 남북을 가르던 시절 고성은 이북 지역이었지만, 전쟁 뒤 생긴 휴전선은 한반도의 허리도 둘로 나누고 고성군도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셈이다.

현재 고성군 곳곳 이정표에 ‘고성(간성)’이라고 적혀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둘로 갈라지기 전 행정의 중심지는 북쪽에 있는 고성읍이었고, 휴전선으로 나눠진 이후 현재 고성군청이 있는 곳은 과거 간성읍이었다”며 “고성이면서 간성이라는 표시”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고성 사람들은 공식 명칭이 아닌데도 북고성, 남고성이라는 단어를 흔하게 쓴다. 2010년 고성, 속초, 양양 등 설악권 3개 시군이 통합해 ‘설악시’를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속초, 양양은 긍정적이었지만 고성은 반대 분위기가 더 셌다고 한다. 속초, 양양과 합치기보다 통일 이후 북쪽 고성과 통합하는 게 더 좋겠다는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흔히 ‘이북 5도’라 불리는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와 미수복 경기도 그리고 미수복 강원도까지 1945년 8월 15일 당시 행정구역상 도를 기준으로 ‘아직 되찾지 못한 지역’에 대해 명예 도지사와 명예 읍ㆍ면장을 임명할 수 있게 했다. 기준이 1945년이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현재 북한에 없는 행정 구역이다.

명예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차관급으로 정해진 임기는 따로 없다. 대신 1년에 1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운전기사, 관용차, 비서도 둘 수 있다. 도지사들이 돌아가면서 이북5도 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한다. 명예 시장ㆍ군수는 월 27만원, 명예 읍ㆍ면ㆍ동장은 월 12만원을 지원받는다. 현재 전국에 1,000명 가까운 명예 도지사, 시장, 군수, 읍ㆍ면ㆍ동장이 있다.

이들의 역할은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행정 업무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행정 실무 교육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과거 장전읍 명예 읍장을 지낸 엄택규(80) 할아버지는 “현재 남고성에는 북고성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이 200여명 있다”며 “북고성 출신 실향민이나 그들의 후손들이 함께 식사하면서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향수를 달래는 일을 주로 한다”고 전했다. 대부분 70세 이상인 실향민들의 친목 모임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대치 상태였던 남북이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화해무드로 전환하는 시기에 명예 단체장들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고성에 사는 자영업자 양모(46)씨는 “미수복이라는 말 자체가 ‘북한에 빼앗긴 땅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대립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남북이 손잡고 함께 가자는 시대에 미수복이라는 말이 적절한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