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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소비 진작 효과도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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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소비 진작 효과도 미미

입력
2018.07.14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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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 소득 3.9% 늘어났지만 

 자동차ㆍ가전 제외땐 소비 0.7% 감소 

 저소득층은 빚 갚는데 주로 쓰고 

 여유 생기면 해외여행 등 내수 발목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적으로 (고용) 감소 효과는 분명히 없었다. (오히려) 1분기 한국은행 추계에 의하면 국내 소비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5월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부인하고 소비 증대 효과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 비중)이 높은 이들이 소비를 확대해 경제가 선순환할 것이란 게 장 실장의 논리였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사실은 이제 정부마저 인정한 상태다. 그렇다면 6개월이 지난 지금 최저임금의 소비ㆍ내수 증대 효과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소비가 더 줄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득 늘었지만 소비는 ‘글쎄’ 

먼저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소득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총임금은 1년 전보다 3.9% 늘었다. 2월 22.7%, 3월 5.6% 등 매달 상승세다.

하지만 소득증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은행 국민계정통계의 가계 최종소비지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가계소비지출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그러나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10.2%)를 제외할 경우엔 이 수치가 0.7% 감소로 바뀐다. 내구재 제외 가계소비지출이 감소한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내구재 제외 가계소비지출이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 수혜 계층의 소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 말 수입차 할인 행사가 많았고 아파트 입주가 늘며 가전제품 소비도 급증하는 등 중산층 이상의 내구재 소비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는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본 저소득층과는 관계가 없는 소비”라고 말했다.

소비자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작년 12월 이후 꾸준히 하락세다.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0% 줄어 4월(-0.9%)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수혜계층 작고 빚 갚기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비 효과가 제한적인 것은 결국 일자리 감소가 전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받은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23.6%인 463만명이다. 여기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산층 가구원이나 자녀도 포함된다. KDI는 최저임금 수령자의 69.5%가 중산층 이상 가구의 구성원이라고 봤다. 이 같은 ‘비(非) 생계형’ 계층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빼면 최저임금 소비효과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면 기존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도 전체 임금총액은 하락하고, 그에 따라 소비효과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자 증가폭은 5개월(2~6월) 연속 10만명 내외까지 추락했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릴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근로빈곤층 부채에 대한 질적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소득 하위 20%(1분위)와 소득 하위 20~40%(2분위) 부채보유 가구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각각 482.7%, 270.5%다. 박진 KDI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도 일자리를 잃지 않은 계층에서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부채에 짓눌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소비가 늘어도 상당 부분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국민이 해외에 나가 쓴 금액인 거주자 국외소비지출은 1분기 8조5,83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과실이 국내로 돌지 않고 해외로 ‘증발’하며 영세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소비효과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적잖다. 최저임금 인상 수혜 계층이 얼마나 돈을 썼고, 이것이 전체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긴 쉽지 않다. 주 실장은 “민간에선 자료상 한계로 정밀한 분석이 어렵다”며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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