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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유자 불명 토지 ‘자유이용권’ 줘 가치 하락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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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유자 불명 토지 ‘자유이용권’ 줘 가치 하락 막는다

입력
2018.02.19 1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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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0년 이용권… 임대료 공탁

소유자 안 나타나면 계속 연장도

일본 주택가 인근에 방치된 유휴 토지(빈 땅)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주택가 인근에 방치된 유휴 토지(빈 땅)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가 소유자를 알 수 없는 토지를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이 사업자에게 10년간 토지이용권을 주고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이용권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소유불명 토지는 명의자 사망 후 상속 등록이 되지 않았거나 주소가 변경돼 명의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토지를 말한다.

19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특별조치법안을 내달 초 각의(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뒤 이번 국회에서 통과시켜 내년 여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대상이 되는 토지는 등기부나 호적 같은 공문서나 관계자 청취조사로도 주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다. 사업 진행 중에 소유자가 나타날 경우에 대비, 토지 이용자는 예상 가능한 지불 임대료의 상당액을 일본 정부에 공탁해야 한다. 소유자가 나타나 땅을 내어줄 것을 요구하면 이용기간 종료 후 토지를 원상회복하고 반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원이나 점포 등 토지를 크게 손보지 않는 형태의 개발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조치는 인구 감소로 토지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현실이 직접적 배경이다. 선대로부터 상속을 받아도 관리비용과 납세부담을 의식해 등기를 하지 않는 후손들이 늘어나면서 소유자 불명 토지가 확산돼 재개발과 재해지 복구사업 등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적의 90%를 산림지가 차지하는 고치(高知)현 오토요초(大豊町)의 경우 주력 산업인 건축자재용 삼나무와 노송나무 사업이 토지소유 불명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몇 세대 이전의 소유자만 등기부에 남아있는 바람에 목재 개발업자들이 벌목 허가를 제때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기감은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유불명토지연구회’에 따르면 규슈(九州)보다 넓은 410만㏊(2016년 현재)가 이런 상태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2040년엔 약 720만㏊로 늘어나 홋카이도(北海道)와 맞먹는 면적이 주인 없는 땅으로 남게 된다. 이 연구회는 토지 미활용에 따른 경제적 예상 손실을 ▦소유자 추적 비용 500억엔 ▦토지활용 기회를 잃는데 따른 이익손실 2조2,000억엔 등 약 6조엔(60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토지소유 등기가 명확하지 않은 건 일본 특유의 소유 개념 때문이다. 일본에선 ‘토지 소유권은 원천적 권리’라는 생각이 강해 소유자가 굳이 등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등기를 하면 원래 내지 않던 재산세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이처럼 등기를 기피함에 따라 장기간 이런 땅들이 방치돼 토지거래 정체와 산림황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유불명 토지는 동일본대지진(2011년) 이후 원활한 복구 작업도 저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쓰나미(지진해일)가 미치지 않는 고지대에 택지를 조성하려는 ‘방재집단이전촉진사업’이 예상보다 훨씬 늦어진 것도 소유권자를 제때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달 19일 총리관저에서 처음으로 전국 소유불명 토지만을 위한 각료회의가 열렸을 정도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일본의 한 빈집의 모습. (사진출처: http://www.akiya.house) 【서울=뉴시스】
일본의 한 빈집의 모습. (사진출처: http://www.akiya.house)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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