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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구하기' 음모론 개입 美 탐정 “백악관이 가짜뉴스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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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구하기' 음모론 개입 美 탐정 “백악관이 가짜뉴스 공모”

입력
2017.08.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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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정서 살해 민주당 직원

“클린턴 이메일 유출 관련 있어”

폭스 허위보도에 명예훼손 소송

“러시아 미 대선개입說 차단 목적

트럼프도 보도 전 사전보고 받아”

휴대폰 문자ㆍ녹취록 증거도 첨부

올해 5월 폭스뉴스에 출연한 사설 탐정 로드 휠러. 폭스뉴스 캡처
올해 5월 폭스뉴스에 출연한 사설 탐정 로드 휠러. 폭스뉴스 캡처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허위보도라는 지적을 받았던 이른바 ‘세스 리치 음모론’ 확산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이 깊숙이 연루됐다고 볼 만한 정황이 공개됐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직원이었던 세스 리치는 지난해 미 대선 과정에서 돌연 살해됐는데, 올해 5월 극우매체인 폭스뉴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대형 악재였던 ‘DNC 이메일 유출 사태’가 그의 작품이었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1일(현지시간)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전직 형사이자 현직 사설 탐정인 로드 휠러는 미 뉴욕주 남부법원에 명예훼손 소송을 내고, “트럼프의 고액 후원자와 폭스뉴스가 트럼프와 러시아의 연관성을 차단코자 리치의 죽음에 대한 스토리를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휠러는 문제가 된 폭스뉴스의 핵심 취재원으로, 리치 사망사건을 조사했던 인물이다. 피고는 폭스뉴스와 모기업인 21세기폭스, 폭스뉴스 기자인 맬리어 짐머만, 트럼프 지지자인 기업인 에드 버토우스키 등이다.

다소 복잡한 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7월 10일 리치가 무장강도에 의해 살해됐고, 12일 후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DNC 유출 이메일 2만여건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들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클린턴의 당내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흠집낼 방법을 논의하는 내용 등 클린턴에게 불리한 요소들이 담겨 있었다. 때문에 ‘리치가 이메일 유출과 관련돼 있고 보복 살해됐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증거들은 전혀 없었고 워싱턴 경찰도 ‘단순강도 사건’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후 미 정보당국도 이메일 유출은 러시아 해커들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고, 이는 ‘트럼프 당선을 위해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런데 올해 5월 폭스뉴스가 휠러를 인용해 “리치와 위키리크스가 연결돼 있음을 연방수사국(FBI) 소식통이 확인해 줬다”는 단독 보도를 갑자기 쏟아내면서 폐기됐던 음모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만약 이메일 유출이 러시아 해커들 소행이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도 급속도로 힘을 잃게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 주류언론들은 곧바로 ‘가짜 뉴스’임을 확인했고, 폭스뉴스도 결국 일주일 만에 관련 보도를 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휠러의 소송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는 소장에서 “올해 2월 트럼프 지지자인 버토우스키가 리치 사망사건 조사를 요청했고, 이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짐머만 기자 등과도 만났다”며 “특히 스파이서는 사건 조사상황을 계속 알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5월 10일 버토우스키는 ‘FBI 소식통한테서 리치와 위키리크스 간에 오고 간 이메일을 확인했다’고 알려줬다”며 “3일 후, 그는 ‘백악관의 관심이 높고, 트럼프도 (폭스뉴스의 기사 초안을) 읽고 나서 즉시 보도하기를 원한다. 이제 당신에게 달렸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휠러는 이를 입증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통화 녹취록 등도 소장에 첨부했다.

미 언론들은 사실상 공범인 휠러의 주장임을 경계하면서도 ‘물적 증거’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장 추한 정치적 거짓말을 백악관이 부추긴 것이며, 최소한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이라며 “휠러를 완전히 신뢰할 순 없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백악관은 충분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아무 것도 모르며, 백악관의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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