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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등록 : 2018.01.11 17:55
수정 : 2018.01.11 20:14

[낄낄낄] 술은 마시지 말고 먹는 게 제 맛!

주영하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등록 : 2018.01.11 17:55
수정 : 2018.01.11 20:14

한국인은 밥집에서 술을 먹는다. 밥집의 술집화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한국일보 자료사진

술잔 돌리기. 줄었다지만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직장 주변 식당에선 소주 한두 병 주거니 받거니 해가며 밥과 함께 비우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비위생적이라거나 조폭들이나 하는 전근대적 관습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래야 너와 내가 한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 때문이다.

사실 해외에선 밥 같은 주식을, 술 마실 때 안주 삼아 함께 먹지 않는다. 술 마실 땐 딱 술만 마신다. 술, 특히 고급 술일 경우 술 자체의 맛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주식을 먹으면서 술을 함께 먹는 건 주정뱅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린 왜 밥집에서 밥을 안주 삼아 술을 먹을까.

이는 아마 일제시대 요릿집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원래 밥상과 술상은 따로였으나, 일제시대 일본식 상차림을 따라 하다 그리 됐다는 것이다. 더 뒤져보니 이미 조선시대 때 밥과 술을 함께 먹었다. 임금 영조가 소화가 안 된다 하자 밥을 홍소주와 함께 먹으라는 진언이 올라간 게 한 예다. 약주(藥酒)란 소리다.

문장에서 이미 눈치 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술은 ‘마시는’ 것이고 밥은 ‘먹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밥처럼 술 또한 ‘먹는’ 것이다. 한 때 영어 식 표현이 널리 퍼지자 드링크니까 ‘술 먹는다’는 우리 식 표현은 잘못됐다는 얘기들이 떠돌았지만, 조선 문헌에 이미 ‘식주(食酒)’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렇게 술을 ‘먹어’대니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외국과 달리 술만 파는 술집이 거의 없다. 혹여 그런 술집이 있다 해도 일단 들어가보면 ‘안주빨’이 세다. 술에 곁들이는 가벼운 안주보다 식사에 가까운 무거운 메뉴가 즐비하다. 그마저도 없다면? 한국인은 기어코 주인에게 계란 톡 풀어 라면 끓여내라 성화를 부리고야 만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휴머니스트)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들이다. ‘음식 인문학’을 유행시킨 이답게 한국인들은 번거롭게 왜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 쓸까, 음식이 단계별로 하나씩 나와 오늘날 코스요리라 불리는 ‘러시아식 서비스’는 어떻게 ‘프랑스식 서비스’와 ‘영국식 서비스’를 누르고 널리 퍼졌을까, 공식적인 비즈니스 미팅 등에서 상석의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등을 설명해 나간다.

그 가운데 개다리 소반. 입식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많이 잊혀졌지만 1인용으론 그만한 게 없다. 밥상, 술상, 책상 다 되는 만능 상이다. 그런데 그 상다리가 왜 하필 개다리였을까. 답은 거안제미(擧案齊眉)다. 지아비에게 밥상을 눈썹까지 올려다 받치려면 상 다리가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구닥다리 같은 소릴 했다간 밥상이 날아갈 판이니 가끔 쓸쓸할 때, 자신에게 거안제미 한 상 바쳐보는 건 어떨지. 먹는 술 말고 마시는 술 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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