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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입력
2014.05.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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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근 광운대 교수ㆍ전 한국언론학회장

세월호 보도 문제로 시작된 KBS 사태가 제작 거부에 이어 총파업으로 번질 기세이다. 2년 전 6개월간 계속된 MBC 장기 파업이 KBS에서 재연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국민 통합이라는 공영방송 본연의 사명을 못하고 문제의 당사자가 되고 있으니 답답하다.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다.

우선, 제작거부에 나선 직원들과 사측은 KBS의 주인인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방송 파행은 막아야 한다. 보도국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장을 포함한 당사자들은 사퇴 등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다면 실마리는 풀릴지 모르지만, KBS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파업 → 강경 대처 → 시간이 지난 뒤 적당히 타협하는 관행은 KBS를 멍들게 하고 국민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이사회가 사장에 대한 신임 여부를 곧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표의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보도국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난 KBS의 실상을 국민이 아는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는 이번에 드러난 여러 사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증언과 논의 과정을 시청자에게 공개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기록으로도 남겨야 한다.

이 과정을 이사회가 단독으로 주도할 수 있겠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사, 직원, 사측, 시청자 대표로 구성되는 기구를 구성해 사실을 확인한 다음 신임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진상이 규명되는 동안 방송이 중단되거나 단축돼서는 안 된다. 이 기간 동안 임시 대행 체제를 조건으로 제작 거부를 푸는 것도 방법이다. 노조는 사장의 사퇴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KBS의 주인인 국민이 공개된 규명 과정을 통해 사태의 진실을 파악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사회가 방송법이 정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만큼 KBS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율적 전통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도 KBS의 독립성을 키워주는 배려이다.

둘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은 KBS를 정치의 덫에서 풀어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도 방송을 정권 유지나 쟁취의 수단으로 보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정치에 오염된 공영방송은 국민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정당도 영구 집권을 할 수 없다면 권력을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해 공영방송을 중립 영역으로 놔두는 것이 모두에 도움된다는 이치를 곱씹어봐야 한다. BBC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 영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됐던 것은 정치인들이 새로 출현한 라디오 방송의 위력을 감지하고 이 자명한 논리를 백 년 전에 제도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제 여야는 진상이 가려지는 시점에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고 그 신사협정의 정신을 방송법 전문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여야 대표가 국민과 방송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명한 선언문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방송의 대헌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셋째, 국회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에 국민의 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감독체제를 다시 구축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공영방송제도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민간 구성원들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경영 전반에 대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재검토하게 해야 한다. 넷째, 이번 KBS 사태는 뉴스 제작에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해왔다는 보도국장의 증언이 불을 붙였지만 KBS의 부실한 보도와 누적된 조직 내부의 문제도 짚고 가야 한다. KBS는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의 자율성, 안정된 재원이 필요하지만 시청자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프로 정신과 투철한 직업윤리 정신에 이상은 없는지 성찰해야 한다. 제작 거부를 하는 직원들은 그동안 안정된 신분과 고 임금에 안주하는 사이, 조직 내부에 누적된 문제를 이 기회에 일소하겠다는 겸허한 자세도 수신료를 내는 국민에게 함께 보여줘야 외압에 대한 저항은 더욱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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