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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통일보다 균형발전이 먼저다

입력
2018.05.08 18:4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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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동ㆍ서독 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통일 이전에 통일의 토대를 충실히 갖추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지역 격차 완화를 위해 최대 3,000조원에 달하는 통일 비용을 썼다. 당시 서독 정부는 통일 비용을 ‘10년 내에 동독 지역이 서독 지역의 경제력 및 소득 수준의 일정 비율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제경비’로 규정했다. 덕택에 지역 간 경제적 균형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사회적 통합 측면에서 통일 독일은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의 준비된 통일이 이럴진대 준비가 안 된 한반도 통일은 어떨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통일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물리적 통일이 이뤄져도 화학적 통일은 더 많은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누적된 적대와 심한 격차로 한반도는 독일보다 훨씬 심한 통일 후유증에 시달릴지 모른다. 통일을 넘어서는 통합은 적대와 격차를 통일 이전에 얼마나 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통일 비용도 마찬가지다.

통일 이전의 격차 완화는 남북 균형발전을 통해 가능하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최근 의뢰한 연구는 3가지 원칙 아래 한반도 균형발전에 대한 접근을 제안했다. 균형발전은 지금 당장 추진돼야 하고, 남북 각각의 국민경제 체제 유지를 전제해야 하며,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주도의 남북교류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흡수 통일을 한 독일과 달리 통일이 돼도 남북 간 대등한 힘의 관계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을 전제로 한다.

통일 이전의 한반도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은 ‘점(특구ㆍ공단)→선(도로ㆍ교통)→면(도시ㆍ지역)’으로, 그리고 ‘소규모→대규모’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가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한반도 해안을 따라 주요 경제지대(점)를 육로와 철길(선)로 이으면서 북방으로까지 연결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해양지향의 광역경제권(대규모)을 조성, 연결하는 것으로 소규모 면(面) 중심의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지자체와 민간 주도의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밑으로부터의 통일’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남한 자본주의 경제 중심적 발상도 엿보인다.

북한이 개방을 한다 해도 중국식의 전면 개방은 쉽지 않다. 북한이 자본을 필요로 해도 자본주의로의 전면 이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원하는 것은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다. 통일도 그 선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방하고 자본을 받아드려도 북한은 당분간 ‘시장사회주의’ 이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통일 이전의 균형발전은 이를 상수로 해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통일 이전 균형발전은 정치 경제 분야보다 사회 문화 환경 분야에서 더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체제가 아닌 일상 차원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중앙정부나 시장보다 지자체나 민간이 주도해야 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의 인적, 물적 교류 확대와 함께 남북협력을 통한 북한 지역(시군 단위)의 생활환경 개선, 지방경제 활성화, 지역인재 육성, 환경재생 등은 삶터와 지역 중심 남북 격차를 줄이는 실효적 수단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북한의 지자체가 이를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 미지수다. 북한은 60년대부터 군 단위균형발전을 추진해 왔지만 계획경제, 당(黨)과 군(軍) 중심 지역통치, 평양 지향적 발전 등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제 기반 붕괴로 지역 격차는 더 커진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관성을 지자체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해소하느냐가 남북 균형발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복지 문화 환경 같은 비정치적 분야 협력을 중심으로 남북의 지방제도를 통일시대의 것으로 바꿔 가는 것이 지역 교류를 통한 남북 균형발전의 주요 내용이 돼야 한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ㆍ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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