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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12시간 기다림…평창 롱패딩 겨우겨우 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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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12시간 기다림…평창 롱패딩 겨우겨우 구했어요”

입력
2017.11.22 17: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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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추가 물량 판매 재개

‘노숙 대기자’ 1000명 넘어

인파 몰려 번호표ㆍ새치기 소란도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평창 팝업스토어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고영권 기자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평창 팝업스토어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고영권 기자

나왔다 하면 매진 사태를 일으키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구스 롱다운 점퍼’, 이른바 ‘평창 롱패딩’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백화점 개장 전에만 가면 구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패딩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10시간 이상 기다린 자만이 원하는 색상과 사이즈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치솟은 상태다.

거위털을 넣은 제품인데도 가격이 유사 제품의 절반 수준인 14만9,000원에 불과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평창 롱패딩. 소문은 자자한데 3만장만 한정 생산되고 대부분은 이미 팔린 상태라는 것도 소비자들이 애태우는 요인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롯데백화점이 평창 롱패딩 3만장 중 남은 7,000장의 판매 재개한 22일. 안전 문제 등을 감안해 이날 판매점으로 지정된 곳은 잠실점 에비뉴엘, 영등포점, 김포공항점, 평촌점 등 4곳뿐이다. 이중 준비된 물량은 잠실점 에비뉴엘이 1,000벌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 세 지점은 각각 200~300벌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수량이 적은 영등포점, 김포 공항점 등에는 개점을 9시간 이상 앞둔 22일 새벽 1시를 전후로 이미 구매 가능한 인원 이상이 몰렸고, 가장 많은 수량이 배정된 잠실점의 경우 전날 저녁 7시부터 대기자 줄이 형성되기 시작해 22일 오전 6시 13분에 1,000명을 돌파했다.

기자도 22일 새벽 1시 문 닫힌 잠실점 앞에 길게 늘어선 평창 롱패딩 대기 행렬에 동참했다. 애초부터 1등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부지런한 ‘노숙 동지’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내심 ‘수십번대 정도는 되겠지’ 기대했으나 기자가 도착했을 땐 이미 300여명이 장사진을 이룬 뒤였다. 맨 앞자리를 꿰찬 ‘1호 대기자’ 이선우(32)씨는 60대 어머니와 전날 7시부터 자리를 잡았다. 이씨는 “7시도 늦을 것 같아서 생각하고 서둘렀는데 운이 좋았다”며 “예쁘고 가격도 저렴한 데다 이번에 사지 못하면 영원히 살 수 없는 제품이라 기념이 될 듯해서 사러 왔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평창 팝업스토어에 가장 먼저 도착한 ‘1호 대기자’ 이선우(32)씨가 대기순번표를 보여주고 있다. 고영권 기자
평창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 평창 팝업스토어에 가장 먼저 도착한 ‘1호 대기자’ 이선우(32)씨가 대기순번표를 보여주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기 인원 대부분은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온 20, 30대였지만, 이씨처럼 일가족이 출격한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딸 지수(22)씨와 함께 전날 오후 11시쯤 줄을 서기 시작한 신현억(53)씨는 “고생은 하겠지만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아서 딸과 함께 나왔다”며 “우리는 이미 비슷한 패딩이 있어서 아내와 아들 것을 각각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애초 잠실점 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이른 시간부터 몰리면서 크고 작은 소란도 발생했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중간중간 새치기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새치기를 왜 막지 않느냐”는 항의가 빗발쳤고, “먼저 온 사람에게는 번호표를 주고 돌려보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다른 지점들은 사이즈 별 수량을 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했는데 왜 잠실점만 알려주지 않느냐”는 질의에, 백화점 직원이 “다른 지점보다 수량이 몇 배나 많아서 오전 8시 물량이 도착하면 정확히 확인한 뒤 공지하겠다”고 해명하는 모습도 되풀이됐다.

22일 새벽 1시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에서 대기한 기자는 번호표 377번을 받았다. 이서희 기자
22일 새벽 1시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에서 대기한 기자는 번호표 377번을 받았다. 이서희 기자

밤을 꼬박 새우고 난 오전 9시, 드디어 대기자들에게 번호표가 배부됐다. 기자의 순번은 377번. 300번대는 12시 30분부터 판매 시작이라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평창 롱패딩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시에 대기를 시작한 지 장장 11시간 30분 만이었다.

여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스몰 사이즈는 일찌감치 동났고, 미디움도 다 팔린 상태라 어쩔 수 없이 흰색 라지 사이즈를 구매했다. 라지는 키 160㎝가 안 되는 기자에겐 너무 크고 길어서, 아쉽지만 쟁취했다는 뿌듯함만 간직한 채 남동생에게 넘길 생각이다.

평창 롱패딩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이제 두 차례 남았다. 24일과 30일이다. 24일에는 부산본점과 광복점, 대구점, 대전점, 창원점, 울산점, 광주점 등 7개 백화점 점포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동부산점, 롯데아울렛 수완점 등 3개 아울렛 점포에서 각각 판매된다. 30일에는 잠실점에서 한 번 더 구입할 수 있다. 30일에 들어오는 물량은 이날 풀린 물량(1,000벌)보다 많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22일 새벽 1시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에서 대기한 기자는 번호표 377번을 받았다. 고영권 기자
22일 새벽 1시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앞에서 대기한 기자는 번호표 377번을 받았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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