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짜오! 베트남] 쿵! 접촉사고 나도 뒷목 잡고 내리는 사람 없다?

입력
2017.05.31 18:00
0 0

車ㆍ오토바이 접촉사고 흔해도

길에서 시비하는 일 보기 힘들어

“적은 돈 넣고 큰 돈 타는 보험은 도박 같아”

보험 보는 부정적 인식 많지만

경제성장 바탕으로 가입자 증가

생명ㆍ車ㆍ건강보험 증가세 뚜렷

교육보험 성장률은 30% 육박

“/그림 1지난 25일 한화생명베트남이 호찌민 시내에서 가진 보험설명회에 잠재 고객들이 참석, 회사 관계자로부터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이 찾아와 가족들의 건강과 노후에 대한 큰 관심을 표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생명 베트남 제공
“/그림 1지난 25일 한화생명베트남이 호찌민 시내에서 가진 보험설명회에 잠재 고객들이 참석, 회사 관계자로부터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이 찾아와 가족들의 건강과 노후에 대한 큰 관심을 표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화생명 베트남 제공

베트남에는 ‘보험사기’가 없다. 오토바이를 타다 다른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부딪혀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나 제 갈 길을 가고, 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나도 뒷목을 잡고 내리는 운전자가 없다. 서로 고개 한번 숙이고 가던 길을 갈 뿐, 길 한복판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 복잡한 시내에서 접촉사고가 워낙 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보험 필요성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이 몹시 낮기 때문이다.

보험이 낯선 사회

실제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재난이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연대ㆍ부조하는 보험제도는 낯설다. 호찌민의 은행원인 응우웬 도안 응옥 득(30)씨는 “적은 돈을 넣고 큰 돈을 타는 보험을 도박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있다”며 “주변 친구들 중에 보험 상품을 스스로 구입하는 경우는 없고 회사에서 들어주는 보험을 가진 정도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월 600달러(약 67만5,000원) 정도를 버는 득씨는 학교 교사인 아내와 딸(1)이 있지만, 그가 직접 든 보험은 길거리에서 구입한 오토바이보험이 유일하다. 1만동(약 500원)에 1년 동안 보장된다. 그는 “이것도 경찰에 걸렸을 때 벌금을 면하기 위한 것일 뿐,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보장 범위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는 여유가 될 때마다 저축을 하고 있다.

한국계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보고 있는 부이 콱 귀인 누(27)씨 사정도 비슷하다. 자신이 별도로 들고 있는 보험이 없다. 정부 방침에 따라 회사가 의무적으로 들어주는 의료보험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용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는 “아파도 그냥 내 돈 내고 진료를 받지, 보험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나이 지긋하고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료비를 계산할 때 보험카드를 제시할 경우 비용을 절반 가까이 아낄 수는 있다”면서도 “그 대가는 혹독하다”고 전했다. 병원 직원의 태도가 불친절해지는 것은 물론 처방해 주는 약의 품질도 급격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모든 병원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건강보험) 환자를 받아야 하는 한국과 달리, 의료보험 적용 병원이 정해져 있는 것도 의료보험 이용률이 낮은 원인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이 많아질수록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낮아지는 점도 문제다.

베트남에선 보험사기가 없다. 오토바이를 타다 다른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부딪혀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나 제 갈 길을 가고, 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나도 뒷목을 잡고 내리는 운전자가 없다. 서로 부딪혀 넘어진 운전자들이 서로의 오토바이를 세워주고 있다.
베트남에선 보험사기가 없다. 오토바이를 타다 다른 오토바이나 자동차에 부딪혀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나 제 갈 길을 가고, 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나도 뒷목을 잡고 내리는 운전자가 없다. 서로 부딪혀 넘어진 운전자들이 서로의 오토바이를 세워주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에 기지개 켜는 보험 시장

하지만 보험을 꺼리는 분위기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견고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납입하는 보험료 액수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보험협회(AVI)에 따르면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의 경우 1인당 평균 납입 연간보험료를 나타내는 ‘보험밀도’가 지난해 54만1,300동(약 2만6,800원)을 기록했다. 전년(2만1,452원) 대비 25%가량 성장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총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보험침투율’도 지난해 1.1%로, 사상 처음 1% 벽을 넘어섰다.

올해도 6%대 경제성장에 힘입어 생명보험 시장은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종국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장은 “보험밀도나 침투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빠른 경제성장과 소득 수준 향상으로 보험시장의 성장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며 “베트남 특유의 높은 교육열이 생명보험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부모들이 드는 교육보험은 생보시장의 30%를 점하고 있으며 성장률도 30%에 육박한다. 지난해 베트남 생보시장 총보험료수입은 22억791만달러(약 2조4,800억원) 규모다.

보험시장의 미래는 교육ㆍ건강ㆍ자동차

베트남 사회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손해보험시장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6년 손해보험시장은 16억4,430만달러(약 1조8,5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5%가량 성장했다. 인구는 2배지만 아직까지 한국 손보시장(554억달러ㆍ2015년)의 30분의 1 정도 규모다.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손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32.6%)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보험이다. 이 부문 보험료수입은 5억3,041만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4.2% 성장했다. 상품무역협정에 따라 동남아국가연합(ASEAN) 역내 관세가 낮아져 차량 가격이 싸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부과되는 수입관세는 2015년 50%에서 2016년 40%로 줄면서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가 지난해 30만대를 돌파했다. 자동차보험시장은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내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보시장에서 두 번째 규모(4억2,594만달러)를 자랑하는 건강보험도 건강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성장세에 있다. 지난해 27.2% 성장했는데, 특히 개인 상해보험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3,738만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43.9%나 성장하며 건강보험 시장을 팽창시켰다. 수출 기반의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상품 수출과 관련된 선박보험과 항공보험 시장도 각각 16.8%, 27.7% 성장했다. 다만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사태로 적하 보험이 줄었고, 재물ㆍ화재 보험도 소폭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보험업계 관계자는 “2014년을 기준으로 생명보험 시장 규모가 손해보험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며 “소득이 증가하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관심이 가족과 노후계획으로 옮겨 가는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