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상준 기자

등록 : 2018.02.03 09:00
수정 : 2018.02.03 11:39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 공급 기지가 서울 시내라니 놀라울 뿐이죠”

[비아그라 20년] 유명종 식품의약품안전처 특수수사팀장

등록 : 2018.02.03 09:00
수정 : 2018.02.03 11:39

#1

제보 받고 반나절 운반책 뒤쫓아

공급책과 접선하는 순간에 체포

제조책은 비밀창고로 빌라 운영

원료물질 등 120만정 물량 압수

#2

특허 만료 후 달라진 ‘가짜 약’

값싼 복제약이 시중에 판매되자

비아그라ㆍ시알리스의 원료 물질

절묘하게 섞어 신제품 만들기도

#3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 없어

구매자들 가짜라는 거 알고도 사

가짜 약은 먹을수록 내성 생겨

‘더 센’ 것 찾다 몸 망가질수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하 중조단) 특수수사팀원 20여명이 차량 다섯대에 나눠 타고 손모(당시 62세)씨의 승용차를 뒤쫓았다.

지난해 6월 어느 날의 일이다. 제보자로부터 손씨가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가짜 비아그라를 국내 공급책으로부터 넘겨받는다는 정보를 얻고, 그가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따라붙었다. 반나절이 훨씬 지난 저녁 무렵 손씨의 차가 남산3호터널 입구 인근 아파트 상가 앞 도롯가에 멈췄다. 잠시 후 또 다른 차에서 내린 이모(당시 56세)씨가 손씨에게 접근했고 수사팀은 접선 순간 현장을 덮쳐 현행범으로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차 안에는 가짜 비아그라 63만정(당시 시중 판매 가격으로 약 100억원)과 비아그라의 원료 물질인 실데나필, 시알리스의 원료 물질인 타다라필이 들어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수사팀이 지난해 압수한 짝퉁 비아그라. 중국에서 비아그라 원료 물질인 실데나필과 시알리스 원료 물질인 타다라필을 정교하게 배합해 만든 신제품이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수사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어디서 어떻게 공급받아 누구에게 전달하는지 추궁했다. 조사결과 이씨는 중국에서 만든 가짜 비아그라와 원료 물질 심지어 포장지, 포장 용기 등을 일명 ‘알박기’ ‘커튼치기’로 불리는 수법으로 배를 통해 들여오는 화물 사이에 숨겨 밀수했다. 그는 이를 손씨에게 전하는 일종의 국내 운반책이었고, 손씨는 이를 받아 국내에서 30알씩 병 포장을 해 판매하는 제조책에게 넘기거나 원료 물질을 식품 회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수사팀은 곧바로 제조책 검거에 나섰다. 붙잡힌 손씨 지인들의 행적을 파악하던 중 모텔을 운영하는 심모(당시 57세)씨의 낌새가 수상했다. 유명종 중조단 특수수사팀장은 팀원 1명과 서울역 인근 심씨의 모텔에 투숙객으로 잠입한 뒤 모텔 곳곳을 샅샅이 살폈고, 1층 객실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30알씩 따로 포장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유 팀장은 모텔 객실에 물건을 보관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외부 비밀 창고가 존재할 것이라 직감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인근 부동산 사무실을 상대로 탐문한 끝에 심씨 소유 빌라 한 채를 찾아냈다.

서울 복판에 포장 공장, 공급 기지

특수수사팀은 다음달인 7월 심씨의 모텔과 보관창고로 사용 중인 빌라 그리고 남산공원 아래 또 다른 판매책의 거주지를 동시에 덮쳤고, 약 57만정의 가짜 비아그라를 압수했다. 앞서 이씨와 손씨의 접선 현장에서 확보한 물량까지 합하면 압수한 물량은 120만정(시가 180억원)에 달한다.

유 팀장은 이번 단속은 2009년 수사권을 가진 중조단이 꾸려진 이래 규모면에서 가장 컸고, 가짜 비아그라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중조단은 가짜 비아그라 판매 33건, 비아그라 원료물질 유통 37건 등 비아그라 관련 70건의 단속 실적을 올렸다.

“한 번에 압수한 물량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더구나 압수 장소가 서울 시내 한복판입니다. 보통 가짜 약품의 대량 적발은 관세청에 의해 공항이나 항만에서 이뤄지는데 이처럼 시내에서 단속된 경우는 사실상 해당 물품이 이미 시중에 풀렸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소매를 위한 포장이 이뤄지는 등 서울 시내가 실상 공급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죠.”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관계자들이 압수한 가짜 비아그라를 정리하고 있다. 양이 너무 많아 사무실 공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제공

특허 만료 후 달라진 가짜 비아그라

2012년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고 값싼 복제약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짜 비아그라 제조, 유통 형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허가 풀린 2012년 이전 가짜 비아그라 유통 및 제조 조직들의 공통된 목표는 알약의 색깔, 모양은 물론 포장 박스, 심지어 위조 방지를 위한 첨단 홀로그램까지 진품과 최대한 똑같이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 비싸게 팔아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였다. 또 주로 중국에서 만든 낱알을 뭉치째 들여와서 국내에서 인쇄한 포장지로 담아 판매를 했다.

비아그라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들

하지만 오리지널 비아그라 가격의 3분의 1에도 미치는 않는 복제약들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가짜약 판매상들이 굳이 정교하게 비아그라를 베끼는 데 연연하지 않게 됐다는 게 유 팀장의 설명이다. “가짜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짜 비아그라’를 찾는 사람들도 ‘가짜’라는 걸 알고 삽니다. 주로 경제력이 없는 장년ㆍ노년층인데, 병원에 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성생활을 밝히는 게 쑥스러운 거죠.” 조사 결과 체포된 손씨 일당 역시 가짜 비아그라를 300원(1정)에 들여야 5,000~1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검거 당시 이미 17만정이 팔려 나간 상태였다. 식약처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한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4%가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답해 압도적 1위였고, 2위가 ‘병원 치료가 꺼려져서(18.5%)’ 였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비아그라를 복용할 때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지만, 가짜 비아그라를 먹는 사람들은 먹을수록 내성이 생겨 ‘더 센’ 것을 원하는데 정식 제품은 용량(25㎎, 50㎎, 100㎎)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면서도 가짜 비아그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특수수사팀이 적발한 제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 팀장은 처음 검거된 이모씨가 ‘중국 내 기술자가 만든 황금비율의 신제품’이라고 말한 게 예사롭지 않았다고 했다. 즉시 충북 오송 식약처 본부의 첨단분석팀에 성분 분석을 맡겼다. 그 결과 비아그라 원료 물질 실데나필과 시알리스 원료 물질 타다라필을 절묘한 비율로 일정하게 배합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유명종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특수수사팀장이 서울 중심가에서 압수한 짝퉁 비아그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과거에도 실데나필과 타다라필을 섞은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습니다. 중국 내 기술자가 두 물질을 절묘하게 배합했다는 겁니다. 뭔가 새로우면서도 더 센 것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반응이 신속한 대신 그만큼 효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실데나필의 특징과 반응은 늦지만 오래 지속되는 타다라필의 특징을 합쳐 시너지를 내보겠다는 시도죠. 물론 불법입니다. 실제 분석해 봤더니 일정한 비율로 두 물질이 섞여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유 팀장은 마약 제조ㆍ판매 조직이 그러한 것처럼 가짜 비아그라 관련 조직들이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낱알뿐만 아니라 포장지, 포장 용기까지 모조리 중국에서 들여오고 국내에서는 30알씩 포장해서 유통만 하는 추세라고 했다. 국내에서 제조 시설을 차리고 기술자를 고용하면 꼬리가 밟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거래할 때는 현금을 주로 활용합니다. 또 물건을 운반만 하는 조직, 포장해서 파는 조직, 판매만 하는 조직 등으로 세분돼 있죠. 단속은 더 어려워지고 있고요.” 예전에는 가짜 비아그라를 팔기 위해 버스터미널, 기차역 등 공공시설 화장실에 연락처를 남기거나 유흥가를 중심으로 전단지와 명함을 돌리는 방식으로 손님을 모았고 주문하면 택배로 보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로 광고를 하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문받은 물건을 차를 타고 이동하며 직접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물론 최근에도 퀵서비스와 지하철 택배를 고집하는 판매책들은 많다.

실제 식약처가 지난해 온라인에서 ‘발기 부전 및 조루 치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15개(비아그라정 6개, 시알리스정 5개 등)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모두 함량과 성분이 표시 사항과 다른 가짜였다. 심지어 일부 제품에는 실데나필이 정품 비아그라보다 2배 가까이(188%) 많이 들어 있었다. 처방을 통한 구입이 아니라면 정품 확보는 불가능하단 얘기이다.

밀수한 비아그라 원료물질 식품에 넣어 팔기도

특히 최근 비아그라의 원료물질을 몰래 들여와 음식물에 넣어 파는 경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데나필(㎏ 당)은 300만원 정도에 유통이 되고 있습니다. 분말 형태로 들여와서 식품 회사에 공급하죠. 인삼, 녹용 등 각종 한약재를 넣어 강장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음료 등에 섞어 팔면 가짜 비아그라로 남는 차액보다 몇백 배 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유명종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수사단 특수수사팀장이 연구원과 함께 압수한 비아그라의 성분분석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중조단이 인터넷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원료 물질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서다. “적발이 되면 ‘국내 유명 박사가 개발한 특허 물질이다’라거나 ‘중국 황실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변명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말하기로는 한두 번만 먹고 발기에 효과가 있다거나 정력이 좋아진다고 광고하는 식품은 대부분 밀수한 발기부전치료제 원료 물질을 넣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가짜 비아그라를 수입해 팔면 약사법 위반으로 징역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비아그라 원료 물질을 식품에 넣어 판매하다 적발되면 식품위생법 7조 위반으로 역시 징역 5년 이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반면 가짜 비아그라를 사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적 처벌이 없다.

한국이 ‘중국 생산-한국 포장-일본 수출’로 이어지는 가짜 비아그라 유통 과정에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손씨로부터 가짜 비아그라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판매하다 일본으로 도주한 인물이 있는데 그가 중국에서 들여온 가짜 비아그라를 한국에서 포장한 뒤 일본으로 들여보내 왔던 정황이 발견됐다.

화이자 글로벌 시큐리티팀과 공조도

특수수사팀은 검거한 일당을 통해 확보한 중국 내 제조책 정보를 화이자의 ‘글로벌 시큐리티팀’과 공유했다. 화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가짜 비아그라 제조와 유통이 기승을 부리자 이를 막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단속팀을 운영 중이다. 정확한 규모는 베일에 가려 있지만 나라별 담당자가 따로 있고, 전직 미연방수사국(FBI) 요원 등 실력자들이 속해 있어 막강한 정보력과 조직력을 자랑한다. 화이자에 따르면 110개 이상 국가에서 자사 제품을 본뜬 80종 이상의 가짜 약이 유통되고 있는데, 이 중 85%가 가짜 비아그라로 파악이 되고 있으니 사실상 ‘가짜 비아그라 단속 조직’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글로벌 시큐리티팀의 활약 덕분에 2004년부터 비아그라를 포함해 2억2,600만 정의 가짜 약 유통을 막았다.

“가짜 비아그라 조직들이 갈수록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화이자 측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평소 정보를 공유하는 한국 담당자에게 중국 관련 정보를 알렸죠. 그랬더니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답을 들었어요. 그리고 중국 공안(公安)과 공조해 제조책을 검거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석 달 뒤인 같은 해 10월 화이자 본사 관계자들이 특수수사팀을 찾아왔다. “감사패를 주고 싶다는 겁니다. 저희가 제공한 정보가 중국 제조책 검거에 큰 역할을 했고, 많은 양의 가짜 비아그라를 압수해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마음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파란색 알약에는 비아그라, 노란색과 갈색 알약에는 시알리스라고 적혀있는 불법 제품이다. 그러나 세 알약 모두 성분 분석 결과 비아그라의 원료물질 실데나필과 시알리스의 원료물질인 타다라필이 들어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하나쯤 괜찮겠지 하다 불법 제품에 빠져들어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이 지난해 11월 “비아그라 커넥트(실데나필 50㎎ 함유)를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것도 가짜 비아그라의 제조, 유통을 줄여 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음성적으로 팔리는 양을 줄이기 위해 아예 오리지널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화이자 본사는 물론 전 세계가 가짜 비아그라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가짜 약이라는 걸 알면서도 찾는 이들이 있는 한 가짜 비아그라 제조ㆍ판매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유 팀장은 당부했다.

“약국이나 병ㆍ의원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발기부전치료제는 모두 불법입니다. 가짜 비아그라 한두 개 먹는다고 뭐 큰일이라도 나겠어 하는 생각으로 불법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더 센 약을 찾기 마련이죠. 그러는 사이 몸은 망가져 버릴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이고요.”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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