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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의 미심쩍은 행보가 박지만과의 갈등설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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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의 미심쩍은 행보가 박지만과의 갈등설로 비화"

입력
2014.1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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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올 들어 잠행 끝내고 등장

외부 접촉 늘리면서 소문 증폭

박지만, 권력암투 발 들일 사람 아냐

조응천이 친분 등에 업고 기세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이 나란히 불참한 가운데 일부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이 나란히 불참한 가운데 일부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의‘정윤회 동향보고서’ 문건 공개 이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갈등 구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권력 핵심에 가까운 친박계 인사 대다수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다만 이들 사이에선 청와대 역할 구조상 전체 직원들의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측근 핵심 그룹인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의 견제 관계가 정윤회씨의 미심쩍은 행보로 인해 정윤회- 박지만 갈등설로 비화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응천 비서관과 이를 견제한 3인방?

조응천 전 비서관은 청와대 합류 전 정치권의 친박계 인사들에게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을 처음 접한 정치권 출신 청와대 관계자들의 평가는 직설적이고 거칠 것 없는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회의 때보면 상관인 민정수석이 있는 지 여부를 개의치 않을 정도로 하고 싶은 얘기를 직설적으로 내뱉는 인사로 기억된다”고 얘기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당시 청와대 내부 조사에서 조 전 비서관이 일부 직원들을 검사가 피의자 다루듯 해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직원 감찰이 주 업무인 조 전 비서관 입장에선 정치권 출신, 특히 핵심 3인방이 요주의 감시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행정부, 검경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는 청와대에서 조 전 비서관으로서는 정치권 인사들이 부패 소지가 가장 크다고 봤었을 수 있다. 실제 정치권 출신의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선 “민정의 감시가 심해서 술 한 잔 먹기도 힘들다”는 볼멘 소리가 적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정권 성공이 지상 목표인 3인방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게 업무인 조 전 비서관과 기본적으로 불편한 관계인 것이다. 여기에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데다 직접 친인척 관리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 창출 공신들 사이에서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견제 의식이 발동했을 개연성이 높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문건에 나온 내용이 사실이 아닌 이유를 100개 이상 설명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씨나 박 회장 문제가 아니라 내부의 역할상 부딪칠 수 밖에 없었던 조 전 비서관과 3인방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회씨의 의심쩍은 행보와 박지만 회장의 침묵

그렇다면 청와대 내부의 갈등 구도가 왜 정씨와 박 회장간 권력 암투설로 불씨가 옮겨 붙은 것일까. 일단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모셨지만, 정씨에 대해 이름만 들었을 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씨가 3인방을 포함한 이른바 ‘십상시’와 정기적으로 회동했다는 보고서 내용이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십상시’로 거론된 한 인사는 “내부 사정을 전혀 모르는 어이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정현 의원은 “곳곳에 CCTV가 있는데, 뭘 숨길 수 있는 시절이냐. 그런 일이 있다면 제보가 쏟아졌을 텐데, 대체 그런 게 있냐”고 말했다.

다만, 친박계 일각에서는 정씨의 최근 행보를 우려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시절에 보좌했던 정씨는 2004년부터 공식 직함을 내려 놓은 뒤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정씨가 올해 들어 일부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러 소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행사가 지난 8월 정씨가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 회원들과 함께 한 독도 음악회다. 당시 정씨를 이 음악회에 직접 초대한 A씨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정치권 인사들과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 정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학자 이세민씨 역시 A씨의 소개로 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 역시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정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얘기지만, 정씨의 그림자가 여의도 주변에서 얼씬거리면서 소문이 증폭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박 회장과 관련해서도 “박 회장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런 권력암투에 발을 담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회장이 누나인 박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이(권력암투) 같은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박 회장과 친분을 과시하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박 회장의 최근 근황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된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칼을 휘두른 것 아니냐”고 얘기도 나온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비서실장'으로 불려온 정윤회. 한겨레신문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비서실장'으로 불려온 정윤회. 한겨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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