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재용 기자

등록 : 2018.03.05 04:00

[강소기업이 미래다] 골프공은 하얗다? ‘컬러볼’ 역발상으로 세계 시장 판도 바꾼 강소기업

등록 : 2018.03.05 04:00

문경안 볼빅 회장 인터뷰

유명 선수 후원 인지도 높이고

가격 높게 책정 ‘고급 이미지’

9년 만에 매출 15배로 늘려

이젠 외국업체들도 따라와

문경안 볼빅 회장이 세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컬러 골프공을 들고 제품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문 회장은 항후 볼빅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배우한 기자

“인지도도 없는 한국산 컬러 골프공을 글로벌 유명 브랜드 골프공 보다 1달러 더 비싸게 팔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주위에서 미쳤다고 하더라구요.”

컬러공 하나로 전세계 골프공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국내 사업가가 있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지 7년 만에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국내 골프공 브랜드 볼빅의 문경안(60) 회장의 주인공이다.

중소 철강 유통 회사를 경영하던 문 회장은 2009년 볼빅을 인수하며 골프공 제조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평소 골프를 좋아해 ‘볼빅’ 이라는 골프공을 이미 알고 있었던 데다 한국 남녀 프로골퍼 들이 세계 대회에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보고 볼빅의 브랜드 가치만 높인다면 세계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 회장은 “한 나라가 특정 스포츠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해당 선수가 속한 국가가 만든 스포츠 제품이 세계 1류 제품이 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 골프 선수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데도 국산 골프용품이 세계 시장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 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골프공 시장은 이미 ‘타이틀리스트’나 ‘스릭슨’ 등 세계 유명 브랜드가 장악한 상태였다. 문 회장은 이 구도를 깨기 위해 역발상 전략으로 나섰다.

문 회장이 가장 먼저 깨뜨린 고정관념은 ‘골프공은 하얗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한다는 법칙은 없었지만 글로벌 유명 골프공 제조사들은 대부분 색깔공을 만들지 않았다. 당연히 글로벌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유명 골프 선수들도 하얀색 공으로 프로 대회에 나섰고 이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아마추어 골퍼 중 일부는 흰색공이 아닌 컬러공으로 라운딩에 나서는 것은 골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문 회장은 볼빅 브랜드로 과감히 컬러볼을 생산했다. 더구나 게임 중 공 식별이 쉽도록 컬러공에 형광 기능도 입혔다. 야간 골프를 많이 치는 국내 골프계에서 볼빅의 컬러 형광볼은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안착했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볼빅의 컬러볼 인기가 높았다.

보수적인 해외 시장도 차츰 반응을 보였다. 문 회장은 유명 골프 선수를 2~3년간 후원하면서 볼빅 컬러 골프공을 꾸준히 미디어에 노출시켰다. 또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고급 골프공이라는 이미지도 굳혀 나갔다.

문 회장은 “볼빅 컬러공으로 우승한 프로 선수가 나오고, 시장에서 고급 골프공이라는 인정을 받으면서 세계 시장에 서서히 안착해 갔다”며 “미국에서 골프공 시장 점유율을 1% 올리는데 보통 10년이 걸리는데 볼빅은 5년 만에 5%를 올렸다”고 말했다.

볼빅의 컬러볼이 인기를 얻자 그간 컬러볼을 외면하던 유명 브랜드들도 앞다퉈 컬러볼 생산에 나섰다. 국내 중소기업인 볼빅이 세계 골프공 시장 트렌드를 바꿔놓은 셈이다.

문 회장은 “한 유명 브랜드는 몇 년 전만해도 절대 컬러볼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요즘은 컬러볼을 만들고 있다”며 “볼빅 컬러볼 등장으로 지난 100년간 큰 변화가 없던 세계 골프공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볼빅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컬러볼 분야에선 볼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문 회장은 형광 기능이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하는 퍼팅 시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형광 톤을 낮춘 ‘비비드 컬러공’을 출시해 또 한번 시장을 석권했다. 그 결과 볼빅의 매출과 수출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문 회장이 인수할 당시 30억원에 불과했던 볼빅 매출은 지난해 450억원으로 15배 가량 늘었다. 해외 수출도 지난해 1,700만달러로 해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볼빅의 올해 수출 목표도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어난 3,000만달러다.

문 회장은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현재 수출 물량을 못 맞추고 있다”이며 “국내에 추가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의 최종 목표는 볼빅 브랜드를 한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인데 그 동안 이에 걸맞은 스포츠 브랜드가 없어서 안타까웠다는 게 문 회장 생각이다.

문 회장은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것은 향후 50년~100년 간의 스포츠 산업 판도를 좌우할 자산을 키우는 것과 같다”며 “기술력은 뒷받침이 돼 있는 만큼 브랜드를 가치를 높여 볼빅을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로 키워보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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