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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공장 폐쇄” 통보… “앞일 캄캄” 패닉 빠진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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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공장 폐쇄” 통보… “앞일 캄캄” 패닉 빠진 군산

입력
2018.02.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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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ㆍ주변 식당 “같이 죽게 생겼다”

한국 GM, 전직원 대상 2000명 희망퇴직

현대중공업 조선소 폐쇄 이어 충격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입구.
폐쇄가 결정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입구.

“공장 분위기가 침울합니다.” 13일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은 가끔 직원 차량만 오갈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공장 옆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공장 출입구 안에는 경비 직원들의 모습만 보였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이미 3년 전부터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져 빈 공장 같은 모습을 보인지 오래됐다. 정문 앞을 지키던 경비원은 “공장 폐쇄 결정이 난 직후 직원들 분위기가 싸늘하다”고 전했다. 공장 입구에서 만난 한 직원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른 직원도 “5년 전만 해도 작업이 많아 밤낮으로 공장이 돌아가면서 직원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오후 3시면 생산라인이 멈춘다”고 말했다.

미국 GM 본사는 이날 한국GM 군산 공장을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GM은 상무급이하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이날부터 받기 시작했다. 생산직이 포함된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건은 최고 3년치(90년 이전 입사자) 연봉 및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이다. 업계에선 군산공장 규모인 2,000명이 이번 희망퇴직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날 “최근 지속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GM 임직원과 군산 및 전북 지역 사회, 정부 관계자의 헌신과 지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에 빠질 군산을 향한 짧은 위로다.

그러나 발표를 들은 한국GM 군산공장과 거래해온 주변 협력업체 분위기는 냉랭했다. 몇몇 업체는 아예 문을 잠가놓아 출입조차 불가능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공장을 문 닫는다는 소문이 떠돌아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결정될 줄 몰랐다”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 닫을 때만 해도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걱정이 덜 됐는데 막상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다고 하니까 앞일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장 주변으로 신도시가 형성된 오식도동 상가와 원룸촌은 적막 그 자체였다. 점심 시간대인데도 문을 닫은 식당들이 눈에 띄었고 일부 상가 건물 벽에는 임대나 매매를 한다는 현수막이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지금도 매출이 뚝 떨어져 식당을 유지하기 힘든데 주변에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장이 있어 밥장사를 해왔는데 앞으로 같이 죽게 생겼다”고 울상을 지었다. 상인들은 한국GM 공장 철수설이 흘러나온 지난해부터 매출이 절반 넘게 급감했다고 전했다.

2002년 군산시 오식도동에 준공된 한국GM 군산공장은 2011년 26만대의 차량 생산을 정점을 찍은 뒤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와 세계경기 침체, 산유국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생산물량이 지속해서 감소했고, 현재 근로자는 2,000명에 불과하다. 한국GM은 대우자동차 전신으로 1997년 군산 소룡동 국가산업단지에 승용차 생산 설비 공장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에서 불모지였던 전북지역에 들어선 공장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 넣어왔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까지 폐쇄 결정이 나자 군산지역은 공황 상태다. 각 기관과 노조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공장 폐쇄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군산시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GM 군산공장은 1만3,000여명의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의 생계가 달려있다”며 “이번 결정은 근로자들과 30만 군산 시민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만행으로 불매운동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는 성명에서 “공장 폐쇄는 전적으로 경영실적 부진을 초래한 한국GM 본사에 책임이 있다”며 한국GM은 노동자를 더 이상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성토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한국GM 군산공장은 군산경제의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고 도민의 기와 자존심을 살려주던 기업이었다”며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실망감을 느끼고 심장이 멎은 듯 절절한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 지사는 “정부와 도, 군산시 등과 위기대응 추진체계를 구축해 어떠한 형태로든 조기 정상화와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안정 지원 등을 위해 협의하겠다”며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말고 한국GM 군산공장 가동 중단을 계기로 전북경제 활성화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도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군산=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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