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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하는 노인

입력
2017.05.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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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隱退)는 ‘직임에서 물러나 한가롭게 지낸다’는 뜻이다. 시기는 통상 근로자 정년인 60세쯤 되겠다. 하지만 일에 대한 생각은 은퇴 통념과 다르다. 지난해 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를 펴낸 원로 철학자 김형석(97) 선생은 “단순한 장수보다 행복하게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까지 사는 게 최상의 인생”이라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봤다. 그 전제로 그는 “100년을 살아보니 60세까지는 미숙했고, 인생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인 것 같다”고도 했다.

▦ 한국인 평균수명은 1970년만 해도 남자 58.7세, 여자 65.6세였다. 그게 2013년 현재 남자 78.5세, 여자 85.1세로 늘어났다. 40여년 동안 어림잡아 30% 훨씬 넘게 수명이 늘었다. 그래서인지 중년 사이에선 ‘요즘 나이가 옛날(70년대)의 70%’라는 얘기도 돈다. 지금 50세면, 예전 35세 정도의 체력과 기력을 갖췄다고 보는 셈이다. 하기야 요즘 60세로는 시골 노인정에서조차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젊은이’에 불과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노인들로서는 일자리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 OECD가 8일 눈길 끄는 자료를 냈다. 한국의 7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이 17.9%로 25개 회원국 가운데 1위라는 것이다. 75세 이상 노인 10명 중 2명 가까이가 ‘취업 상태’라면 깜짝 놀랄 만하지만, 사정은 이렇다. 고용 통계에 잡히는 취업자는 ‘조사대상기간(1주간) 중 수입을 목적으로 한 시간 이상 일을 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매달 파악되는 통계청 고용률에서 이런저런 일용직 잡일이라도 한 노인은 모두 고용 상태로 잡힌다.

▦ 실제 우리나라 노인 고용률이 최근 급상승한 건 각 지자체가 앞 다퉈 벌이는 공공근로사업에 노인 참여가 많아진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풀 뽑기나 휴지 줍기 같은 일을 하며 주 15시간에 월 30만원 남짓한 ‘용돈’을 버는 게 고용으로 잡힌 셈이다. 노인 고용률이 높은 건 한편으론 안쓰럽게 여겨지지만, 달리 보면 그나마 일이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면도 있다. 다만 공공근로라고 해도 단순 노역 말고 도서관 사서나 문화 해설사 같은 좀 더 질 좋고 상시적인 일자리가 다양하게 개발되면 좋겠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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