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트럼프 격노 부른 WP 보도, 한반도 판 사라예보의 총성되나

알림

트럼프 격노 부른 WP 보도, 한반도 판 사라예보의 총성되나

입력
2017.08.09 17:45
0 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악관에서 파리 기후 협약 탈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악관에서 파리 기후 협약 탈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 설전이 적대국 사이의 블러핑(bluffing·허풍)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북미는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말을 주고받으며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언급한 뒤 북한이 ‘괌 타격’을 발표하는 등 양측이 핑퐁게임으로 위기의 파고를 높이고 있다. 북미긴장이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말의 전쟁’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방아쇠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녈 골프클럽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북한은 더이상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적개심을 보였던 것 보다 한 차원 높은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워싱턴포스트의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서 공개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보고서는 북한이 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담고 있다. 그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소평가하던 미국의 최고권력자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갖춰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미국은 군사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최고수위의 경고를 날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반응한 뒤 이번에는 북한이 최고 수위의 위협카드를 들고 나왔다. 북한은 9일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해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임의의 시각에 동시다발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북한의 대미 위협이 “미 본토가 조준경 안에 들어있다”는 식의 외교적 수사에 가까웠다면, 이번 성명은 화성-12형이 괌 타격을 목표로 실제 작전운용 단계에 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미 간 말의 전쟁이 진행된 과정은 거의 핑퐁게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9일 새벽 2시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공개됐고 이어 약 2시간 뒤에 트럼프 대통령의 극한 발언이 나왔으며 북한의 협박 성명은 또다시 약2시간 뒤인 새벽 6시에 나왔다.

물론 북한의 위협 발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점차적으로 높아진 게 사실이다. 특히 북미 간 신경전이 급격히 고조된 데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예방 전쟁’ 발언 영향이 컸다. 그는 5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예방 전쟁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며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공론화했다. 이어 6일 북한 광물 수출을 봉쇄하도록 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도출된 뒤 북한은 7일 정부 성명을 통해 "천백배로 결산하겠다"며 다시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은 이에 9일 전략폭격기 B-1B 편대를 지난달 30일에 이어 재차 한반도에 출격시켰다. 북한 전략군이 괌 주변에 대한 포위작전을 내세운 것도 B-1B의 출격 기지가 괌인 것과 무관치 않은 셈이다.

하지만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에서 양측이 위기를 순차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대목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높아진 위기 의식이 표출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대북제재를 앞둔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북미 간 대결양상을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는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