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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해운사의 침몰… 80여개국 영업망 끊겨 ‘물류대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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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해운사의 침몰… 80여개국 영업망 끊겨 ‘물류대란’ 비상

입력
2016.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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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척 컨테이너선 중 61척 용선

총 40만 TEU 15조원 화물 적재

선주들 담보권 행사 위해 배 압류

화주들 손해배상 소송 이어질 듯

국제해운동맹퇴출은 기정사실

미주ㆍ유럽 운임 2~4배 폭등 우려

정부ㆍ관련업계 비상대응팀 발족

채권단의 추가 지원 거부 결정으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이 유력해진 가운데 30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차량들이 화물을 운반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채권단의 추가 지원 거부 결정으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이 유력해진 가운데 30일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차량들이 화물을 운반하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 불가 결정으로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며 ‘해운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1위 해운사의 몰락에 국내 해운 산업은 충격에 빠졌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시작될 경우 한진해운에 배를 빌려 준 해외 선주들은 담보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박을 각국의 항만에 압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화물 운송은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98척 중 자사 소유는 37척에 불과하고 61척은 용선료를 내고 빌려 쓰는 배다. 국내ㆍ외 물류 전반에 혼란을 피할 수 없다.

한진해운 선박들에 적재된 컨테이너는 모두 40만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추산된다. 화물 가액은 140억달러, 우리 돈으로 15조원도 넘는 금액이다. 이외에 운송을 위해 육상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도 80여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우리나라 해운업 매출(39조원) 중 20% 안팎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수출입 운송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통상 선박이 압류돼 화물이 묶이면 화주(貨主ㆍ화물 주인)들은 해운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화물운송 계약을 곧 바로 해지한다. 한진해운이 30여 년간 공들여 확보한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80여개국, 1만6,400여 화주들과 영업망을 하루 아침에 상실하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연료유, 각종 선박 부속품, 항만서비스 등을 제공한 연관 업계에 지불하지 못한 대금도 6,000억원에 이른다. 회생 기회를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준 국내 업체들 역시 한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앞다퉈 압류와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동맹 퇴출은 기정사실이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은 전체 노선을 혼자 감당할 수 없어 다른 선사들과 동맹을 결성해 공동 영업을 한다. 현재 ‘CKYHE’ 동맹에 속한 한진해운은 중국 코스코, 대만 양밍과 에버라인, 일본 K라인의 화물을 자사 선박에 싣고 운송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로 동맹에 낄 수가 없다. 일부 해운동맹은 가입조건에 ‘법정관리 시 퇴출’을 명시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내년 4월 출범 예정인 새로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했지만 이제 퇴출은 시간 문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한진해운 청산 시 매출 소멸과 부산항 환적화물 감소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만 연간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1위 해운사가 사라지면 앞으로 미주와 유럽 노선 컨테이너선 운임이 2~4배로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동맹에서 퇴출된 이후에도 혼자 영업을 하는 이스라엘 선사 짐(ZIM) 등의 사례가 있어 법정관리가 100% 청산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 글로벌 해운 시장의 공급 과잉이다. 이런 상황에선 나 홀로 영업을 한다해도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한진그룹은 이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도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설사 영업을 이어가더라도 기존 원양 노선이 아닌 연근해 위주로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선주협회를 비롯 국내 해운업체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응팀’을 발족한다.

이동현 평택대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운업계는 한진해운발 여파를 좀 과하게, 금융권에서는 좀 낮게 보는 것 같다”며 “어떻게든 해운동맹을 유지하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국가경제적인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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