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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 무산되자 보복성 징계 요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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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 무산되자 보복성 징계 요구라니…

입력
2018.02.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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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치닫는 광주디자인센터

부당해고 논란 계약직 직원 2명

정규직 전환 채용 후 징계 절차

“언론 제보로 센터 위상 실추” 이유

평가자인 노조위원장 황당 주장

“적반하장, 후안무치” 비난 빗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디자인센터가 계약직 직원들에게 소명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 하루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해 부당해고라는 비판(본보 1월 12일자 14면)이 일자 해당 직원들을 뒤늦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채용 결정 이후 노조위원장은 이 직원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언론에 알려 디자인센터의 명예와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이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디자인센터 측은 이를 수용해 인사위원회를 열겠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디자인센터는 지난달 3일 근무성적 평가가 낮다는 이유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던 1년 기간의 계약직(영어 특기자) 직원 3명 중 A(26)씨 등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8일 밝혔다. 디자인센터는 앞서 지난달 26일 평정자였던 중간 관리자들의 농단으로 자의적 평가가 이뤄졌다며 A씨 등이 낸 이의신청 및 불복 신청을 받아들였다. 디자인센터는 당초 이의신청을 낸 3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지만 B(27)씨가 임용계약을 거부해 A씨 등 2명만 뽑았다. 1년 근무 후 근무성적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고용된 A씨 등은 디자인센터 측이 평가 결과 점수도 공개하지 않은 채 돌연 근로계약 만료 하루 전날 “내일까지만 나오라”고 사실상 해고를 통보하자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다”며 이의신청 등을 냈다.

A씨 등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면서 일단락 되는 듯 했던 ‘쉬운 해고’ 사태는 A씨 등을 평가했던 한 팀장이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위원장이기도 한 이 팀장은 이달 초 직원 전체 회의에서 A씨 등이 이번 사태를 언론 등에 제보해 디자인센터의 명예와 위상이 실추됐다며 A씨 등을 징계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에 A씨 측은 “적반하장도 유분수,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발끈했다. A씨 측은 “부당해고의 억울함을 언론 등에 제보할 당시는 해고된 상태로 직원 신분도 아니었는데, 나중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고 해서 언론 제보 등 과거의 정당한 자구노력을 문제 삼아 징계를 요구한 것 자체가 황당하다”며 “이는 문제의 팀장이 자신의 뜻대로 A씨 등을 해고하지 못하게 돼 앙갚음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위원장의 어이없는 징계 요구가 알려지면서 지난달 26일 열린 A씨 등의 이의신청에 대한 평가소위원회 회의 때 노조원들이 보여준 집단 항의 시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시 검은 마스크를 쓴 노조원 20여명이 근무시간인데도 회의가 열리는 디자인센터 4층 대회의실 앞 복도에서 회의 개최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를 두고 “한때나마 같이 근무했던 노조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한 계약직 직원을 도와주기는커녕 되레 내쫓으려 한다. 노사가 거꾸로 됐다”는 비난이 나왔다.

평가소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평가자들의 책임을 덮어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A씨 등은 이의신청을 통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았지만 평가소위는 인용 결정을 하면서 이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실제 평가소위는 ‘계약직 1년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었으나, 규정의 미비로 절차상 흠결이 있다’는 점을 인용 결정의 주된 이유로 삼았다. 근무성적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지적하면 평가자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해 이를 피할 수 있도록 절차상 흠결이라는 수단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디자인센터 측은 노조위원장의 요구에 따라 A씨 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또 A씨 등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이었는지를 증거로 소명하라는 박유복 디자인센터 원장의 지시를 어긴 팀장급 평가자들(3명)과 근무시간 중 피켓시위를 벌인 직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도 인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박 원장은 “노조위원장이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과연 누가 징계를 받아야 할 직원인지를 가르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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