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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좌파 대항 활동’ 따라 기업 차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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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좌파 대항 활동’ 따라 기업 차등 지원

입력
2017.10.23 20:5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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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만 18개 보수단체 32억 지원

공기업 먼저 옥쥔 후 사기업 확대

인터넷 매체 등 43곳 지원 늘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도로변에서 본 국가정보원 청사. 배우한 기자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도로변에서 본 국가정보원 청사. 배우한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국가정보원이 2년간 기업들을 압박해 보수단체에 지원토록 한 돈은 확인된 금액만 2010년 32억원, 2011년 36억원 등 최소 68억원이다. 2010년에는 18개 보수단체를 ‘좌파 대항 활동’ 등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원이 이뤄지도록 유도한 국정원은, 이듬해 지원 대상 단체와 인터넷 매체를 43곳까지 확대했다.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보고 받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은 2009년 청와대가 내놨고, 국정원은 보수단체 역할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방안에는 보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취약해 능동적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단체를 좌파 대항 활동 실적과 조직 규모, 사회적 인지도 등에 따라 분류ㆍ관리하고, 단체와 기업 간 매칭을 주선, 보수단체들이 공기업ㆍ대기업으로부터 지속ㆍ안정적으로 활동 자금을 지원 받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처음에는 공기업 5곳을 압박했다. 2009년 4월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 현모씨가 국정원에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27곳)와 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줄 것’을 국정원에 요청하자, 원세훈 당시 원장 지시로 일부 이행되기도 했다. 다만 최종 지원 금액과 해당 기업체 명단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2010년에는 매칭 대상이 사기업으로 확대됐다. 보수단체들의 불만 토로 때문이었다. 당시 단체들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외부에 노출됐을 경우 시비 소지 때문에 공기업이 보수단체 지원을 꺼리는 만큼 좀 더 강하게 조정 역할을 해달라’고 국정원에 요구했고, 그해 12월 시민사회비서관 현씨도 “보수단체들이 국정 버팀목으로 지속 기능할 수 있도록 고정적 자금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25개 핵심 우파단체에 대해선 공기업 외 삼성전자 등 사기업의 적극적 지원이 요망된다”고 압력을 넣었다.

매칭 내역을 개혁위가 확인하진 못했지만, 보수단체 지원에 동원된 기업은 전경련과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업은행 등 17곳이었고, 이들과 매칭된 보수단체는 한국자유총연맹 등 18곳이었다. 지원 단체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는 5개 등급으로 나뉘었는데 S급은 자유총연맹과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3곳이었고 미디어워치, 라이트코리아 등 5곳이 A급, 국민행동본부 등 4곳이 B급,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4곳이 C급, 시대정신 등 2곳이 D급으로 분류됐다.

2011년에는 7개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43개 보수단체에 18개 기업이 36억원(기부금 32억여원, 광고 4억여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사업 규모가 더 커졌다. 공기업이 빠졌고 포스코와 대형 시중은행 5곳이 들어왔다. 사업은 확대일로였다. 2012년 2월 국정원 국내정보부서가 ‘종북 세력 척결 등 국가정체성 확립과 국정결실기 성공적인 마무리를 적극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41개 보수단체와 16개 인터넷 매체를 대상으로 50억여원 규모의 매칭을 3월 이전에 완료한다’는 계획을 원세훈 당시 원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2012년 후반기에 접어들어 주요 정치 일정이 본격 진행되고 12월에 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이 노출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자 지원 결과를 종합하지 못한 채 급하게 사업을 종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총 지원 금액이 확인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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