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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터 한선수를 지탱하는 #아내 #두 딸 #프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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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터 한선수를 지탱하는 #아내 #두 딸 #프로정신

입력
2018.04.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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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16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프로배구 대한항공 주전 세터 한선수(33)는 잘 생긴 외모 덕에 ‘꽃미남 세터’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닌다.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베테랑 세터는 이제 머릿결이 상해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을 포기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한선수는 어느덧 팀 내 주장이자 고참급 선수가 됐지만 그의 시대는 이제 막을 올렸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만년 준우승의 설움을 딛고 마침내 ‘첫 별’을 달았다. 2007년부터 대한항공에 몸 담은 원클럽맨 한선수는 팀의 창단 첫 챔프전 우승의 기쁨을 가장 중심에서 함께 누리며 눈물을 쏟았다. 한선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흔 살까지 코트를 누비며 배구공을 마술처럼 뿌리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물론 리그 최고의 세터가 되기까지 좋은 날보다 힘든 시간이 더 많았다. 데뷔 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선수를 지난 16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에서 만났다. 챔프전이 끝난지 한참 됐지만 한선수는 “아직 하루도 쉬지 못했다. 요즘 인터뷰만 10개 이상 한 것 같다”며 근황을 전했다. 이날 오후에도 구단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지만 얼굴은 행복한 미소를 엷게 띠고 있었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16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임민환 기자

◇우연히 시작한 배구, 운명이 되다

한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공을 처음 만졌다. 부천 소사초등학교에서 배구팀을 창단했고 당시 키가 큰 애들을 죄다 뽑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선수도 있었다. “그 때 키가 그렇게 큰 편도 아니었는데 애들이 하나 둘씩 나가고 나니 내가 남게 됐다. 배구를 처음 해봤는데 묘한 재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원래 레프트였던 한선수는 졸업 후 화성 송산중으로 진학했다. 세터를 맡던 선배가 졸업하면서 우연히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렇게 운명의 포지션을 마주하게 됐다. 그 이후로 한선수는 세터의 매력에 푹 빠져 줄곧 세터의 길을 걸었다. 한선수는 “세터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 블로커를 요리조리 피해 공을 토스하고 이것이 득점으로 이어졌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 물론 항상 마음먹은 대로 잘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선수는 이번 정규리그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고 박기원(67) 대한항공 감독이 배려 차원에서 휴식 시간을 줄 정도였다. 부진을 씻고 복귀한 지난해 12월 7일 한국전력전 승리 후에는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어떤 심정이었느냐’고 묻자 “그 때가 슬럼프였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긴 배구 인생을 돌아봐도 딱히 슬럼프도 없었다. 나는 다른 선수들처럼 경기 전 징크스나 루틴도 없다. 좋은 경기가 있으면 당연히 그렇지 않은 경기도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컨트롤하느냐는 선수의 몫이다”고 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세리머니에서 딸 효주양을 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OSEN

◇연봉킹 한선수를 만든 ‘프로의식’

한선수는 누구보다 프로 의식이 강한 선수였다. 그는 “앞서 마흔 살까지 프로 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전제조건은 ‘잘 해야 하는 것’이다. 프로로서 잘 못하면 그건 팀에도 내게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주장을 맡고 한선수는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런 면모가 드러난다. “후배들도 프로 선수들이다. 내가 선배나 주장이라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개인적으로 농담도 하고 편하게 대화를 할 때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일일이 따져 묻지 않는다”고 했다. 한선수는 자신도 마찬가지이고 전 구성원이 굳건한 프로 정신을 지녀야 팀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고 있었다.

한선수의 올해 공식 연봉은 5억원으로 V리그에서 최고액을 수령한다. 그는 “연봉킹이라는 수식어가 부담도 되지만 선수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힘들었던 시절도 담담히 이겨냈다. 2013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상근 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했고 퇴근한 뒤에는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재활도 병행했다. 복무 기간인 2014년 아시안게임 대표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선수로서 황금기에 코트를 잠시 떠나야 했다. 한선수는 “군 복무 기간을 힘든 시간이 아닌 쉬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니 오히려 조급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졌다.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냈다”고 떠올렸다. 이후 코트로 복귀한 한선수의 기량은 일취월장했고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가 16일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선수가 일문일답 물음에 대한 답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선수를 지탱하는 #가족 #아내와 두 딸

한선수가 현재 거주하는 곳은 동탄신도시다. 대한항공의 홈 경기장은 인천 계양에 있지만 연습장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해 있다. 한선수의 아내 성시현 씨는 이번 챔프전 당시 둘째 딸 출산으로 산후조리원에서 경기를 지켜봤지만 평소에는 먼 길을 오가며 남편을 살뜰히 내조한다. 한선수 역시 애처가로 유명하다. 운동선수 한선수와 음악을 전공한 성시현 씨는 친구 사이였고 7~8개월 연애 끝에 2012년 결혼에 골인했다. 한선수는 “연애 한 달 만에 결혼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원래 친구 사이였다. 연애 당시 합숙 생활을 해서 주말마다 만났다.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토끼 같은 딸에 대한 사랑도 넘쳐났다. 한선수는 “큰 딸 효주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아빠로서 응원해주고 싶다. (운동선수가 되고 싶다면) 상관없이 딸이 원한다면 지지해주겠다”고 했다. ‘꽃미남 세터’라는 수식어에 대해 묻자 “요즘에는 나보다 딸 효주가 팬들로부터 선물을 더 많이 받는다. 씁쓸하지만 현상 유지만 해도 그게 어디냐”고 웃었다. 선물 얘기가 나오자 “내 생일 때 경기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여고생 두 명이 케이크에 초를 꽂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을 웃으며 떠올렸다.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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