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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알맹이 빠진 외국인 선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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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알맹이 빠진 외국인 선원 대책

입력
2016.07.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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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수산부 제공

지난달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일어난 베트남 선원들의 선상반란으로 외국인선원에 대한 제도적 허점과 업계에 만연해 있는 잘못된 관행 등이 또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원양어선을 타는 외국인선원들은 국내에 체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시 범죄경력 조회서 제출을 면제해주거나, 외국인선원을 향한 물리적, 언어적 폭력, 저임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26일 ‘외국인선원 고용·관리 개선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모든 외국인선원을 대상으로 범죄경력조회서 제출을 의무화 하고, 외국인선원의 근로·복지여건을 개선하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입니다. 사건 이후 신속하게 대책이 강구되면서 그간 문제가 돼 왔던 것들이 일부 시정 또는 보완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습니다. 바로 임금입니다. 외국인선원들의 임금은 통상 국내 선원들의 70~80%에 불과한데다 이마저도 체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올해 국내선원들의 최저임금은 164만1,000원인 반면, 외국인선원들의 최저임금은 연근해어선을 기준으로 126만5,000원에 불과합니다. 원양어선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은 52만원(457달러) 정도입니다. 국내 선원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이죠. 광현호에서 범행을 저지른 베트남 선원들도 약 60만원 정도 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저임금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건 임금을 책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선원의 최저 임금은 선원법에 의해 해수부 장관이 고시하는 반면, 외국인 선원들의 최저임금은 수협중앙회와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의 단체협약으로 결정합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가 2013년 초에 근로자의 국적 등을 이유로 차별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으나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외국인선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임금체불 문제도 심각합니다. 올해 6월 말까지 연근해어선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선원 중 임금이 체불된 사람은 56명이고, 액수는 2억원에 달합니다. 인당 350만원 수준입니다. 이는 올해 연근해어선 외국인선원 최저임금(월 126만5,000원)보다도 2.5배 많습니다. 무려 2달 이상의 월급을 체불한 겁니다. 업계에서는 원양어선 선원 등까지 모두 합치면 체불액이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금에 대한 고충은 외국인선원 콜센터 상담에서도 드러납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 유형에서 임금·급여에 대한 상담은 2013년 10건에서 2015년 94건, 2016년 6월 말 기준 6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에서 임금문제가 빠진 데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인선원과의 소통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방안이라 임금은 넣지 않았다”라며 “최저임금을 국내선원과 차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 건 알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제각각 달라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선원 복지 등을 운운하면서 임금체불, 최저임금 등의 사실상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빠뜨리는 건 상식적으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외국인선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4,624명으로, 전체 선원의 42%에 달합니다. 이들이 머나먼 타국으로 온 건,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또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기준을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가 있은 지도 3년여가 지났는데 아직도 ‘논의가 필요하다’ 라고 하는 것은 시정할 의지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해수부가 이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조치를 내놓길 기대해 봅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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