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홍종학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 규제 아닌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책”

알림

홍종학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 규제 아닌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책”

입력
2018.06.17 17:00
수정
2018.06.17 22:09
8면
0 0
#대기업의 기술 탈취ㆍ납품 단가 후려치기 불공정 거래 사라져야 신뢰 쌓여 기업과 소상공인 상생이 최우선 목표 #인건비 줄여 경쟁력 높이기는 한계 서민경제에 돈 돌아야 기업도 살아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 지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중소기업부가 대기업을 규제만 한다는 건 오해입니다. 부당 납품단가 인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 대기업의 불법은 엄하게 처벌하겠지만, 대기업이 앞선 기술력, 수출 경험 등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중기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중소기업’이 아닌 ‘상생’이었다. 그는 “중기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일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ㆍ소상공인의 상생을 끌어내는 게 최우선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처벌 역시 제대로 된 상생 기반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필요하다는 게 홍 장관의 생각이다. 홍 장관의 취임 후 1호 대책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이었으며 지난달 24일에는 당정 협의를 거쳐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홍 장관은 “대ㆍ중소기업이 상생하려면 무엇보다도 납품단가 문제,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가 사라져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신뢰가 쌓이고 상생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상생 기반을 구축한 뒤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개방형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 구축된 대기업이 정점에 선 수직적 분업 발전 모델은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 자원 배분 등 나름의 가치가 있었으나, 다분화 다면화 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 유지되기 어렵다”며 “디자인이나 판로 등 중소기업의 부족한 면을 대기업이 지원하면, 정부가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개방형 혁신 모델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발전 방향”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또 “개방과 혁신을 강조하는 중기부가 관료주의적 행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공직 사회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공서열에 따라 일방적으로 인사 명령을 내던 관행을 버리고, 주요 보직을 ‘잡 포스팅’(공모제)을 통해 적임자를 찾고 있다”며 “전 직원이 익명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혁신제안제도를 도입하고 집단적 의사결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행정혁신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하면 일자리 감소? 처음엔 단순직 줄어 들지만 기업당 2.2명 추가 창출 효과 #공직사회도 개방ㆍ혁신 필요해 주요 보직 공모제로 적임자 찾고 인사 드래프트ㆍ집단 의사결정 도입

다음은 홍종학 장관과의 일문일답.

_홍 장관 취임 후 내놓은 1ㆍ2호 정책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납품단가 부당 인하를 엄벌하는 내용이다. 대기업이 움츠러들면 중기와의 상생 노력도 줄어들지 않을까.

“우리 대기업 정책은 정권 초기에는 겁주다가, 정부 말을 듣기 시작하면 초법적 특혜를 주는 전형적인 ‘정경유착’ 관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대기업은 납품 단가를 인하하거나,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등 손쉽게 돈 버는 관행을 없애지 못하고, 중소기업과 진지한 상생을 모색하지 않았다. 중소기업 역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기술개발을 안 한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공멸하는 악순환이다. 이제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불법적 행위는 엄하게 규제하되 대기업이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

_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불신의 역사가 길다.

“대기업 관계자들과 얘기해 보면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 상생을 위해 직원 교육도 하고, 기술탈취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를 방지를 위한 시스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규제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풍토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둑을 막는 가장 좋은 정책은 경찰을 늘리는 게 아니라 가로등을 늘리는 것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_스마트 공장을 2022년까지 2만개 보급해 일자리를 7만5,000개 늘리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다.

“스마트 공장이 도입되면 처음에는 단순직 일자리가 줄다가 나중에는 제어 계측 인력 등의 수요가 증가해 기업당 2.2명의 고용이 추가 창출된다. 문제는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는 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건데, 정부가 일단 ‘매칭 펀딩’ 방식으로 스마트 공장 건설에 최대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하면 불량률이 줄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등 중소기업 발전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지원 폭을 더 늘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_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특히 영세자영업자 사이에서 어렵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에 최저임금 인상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임금 인상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비용을 줄여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에 왔다.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보전하는 경영방식이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 양극화와 성장 침체의 주원인이었다. 이런 추세를 뒤바꾸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기능 노동자, 지식 노동자 비중을 높이기 위해 근로자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도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최저임금 인상의 또 하나의 목표는 서민 경제에 돈이 돌게 하기 위해서다. 서민 경제에 돈이 돌아야 대기업도 살아난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이루고자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장 얘기를 듣고 보완할 필요는 있다. 정책 목표는 확고하지만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최근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도 정부 여당이 현장의 어려운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한 것이다. 중기부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현재 5조원의 일자리 안정기금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 등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주고 추경을 통해 청년 일자리 지원금도 마련했다. 이게 부족하다면 내년에 더 지원하겠다. 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_생계형 적합업종법이 통과됐다. 기업의 사업 목록까지 정부가 규제하는 건 자칫 기업의 혁신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법의 취지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기보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도록 시간을 벌어 주는 데 있다. 중기 적합업종 적용 기간동안 자생력을 키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적합업종 제외를 요구하는 성공 사례가 여럿 있다. 이 법을 규제로만 생각하는 게 안타깝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스스로 지역 유명 맛집과 손을 잡는 등 상생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이법의 긍정적 효과다. 정부가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을 추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현실에 맞춰 계속 바꿔 나가는 것으로 이 법의 취지를 이해해 주면 좋겠다.”

_이케아 등 새로 등장하는 대기업의 신규 유통업은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규제를 안 받아 규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전문점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잘 알고 있다. 대규모 전문점 진출이 주변 상권과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 결과는 올해 10월 중 나올 전망이다. 분석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ㆍ영업시간 제한 의무 부과, 사업조정을 통한 품목 조정 등 합리적인 규제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_대형마트 규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규제를 모두 안 하는 방향으로 규제 형평성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나.

“유통업계 쪽에서 나름대로의 조사 자료를 근거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 등이 재래시장 상권 활성화 등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현재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소상공인 상권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고 있다.”

_중소벤처기업부가 신생 부처답게 여러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들었다.

“중기부가 개방과 혁신을 얘기하면서 오랜 관료주의에 그대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기부는 지금 혁신 중이다. 내부 행정혁신을 통해 중기부의 정책역량을 강화함과 함께 중기부가 ‘최고의 서비스 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직, 인사, 업무 혁신을 하고 있다. 주요 자리는 ‘잡 포스팅’제를 실시해 다면평가를 통해 최적의 인재를 찾는다. 또 직원들이 가고 싶은 곳을 적어 내고 간부들도 원하는 인물을 찾을 수 있도록 ‘인사 드래프트’ 제도도 도입했다. 업무에서는 집단지성을 활용한 ‘집단 의사결정제’를 도입했다. 업무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별로 팀을 구성해 업무를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스크럼 마스터‘ 제도도 마련했다. 장관부터 국민에게 봉사하는 ‘서비스 장관’이 되겠다.”

대담 정영오 산업부장

정리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