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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칼럼] 미국ㆍ이란 양자협상의 필요성

입력
2017.11.12 14: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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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무기 개발중단 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이란이 준수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흔히 행정부의 몫으로 여겨지는 외교정책을 미국 의회가 만들라고 요구했다.

그 정책이 어떨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의회는 이미 제재를 준비하고 있지만 제재 자체가 포괄적 이란 전략을 구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만큼 미국과 이란은 비핵화 문제의 범위와 관련해 직접 협상할 필요가 있다.

이란이 JCPOA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이란에 대한 경멸을 감추지 않았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조차 이란 지도자들이 협정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고만 불평할 뿐이다. 그러나 JCPOA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이나 지역맹주가 되려는 야망 또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아니라 오직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원심분리기 연구와 개발 등의 제한 기간을 사실상 10년으로 정한 데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협정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은 제한기간의 적절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논쟁은 때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 표준을 준수하는 데 동의했다는 사실을 놓친다.

어쨌든 JCPOA 일몰조항이 만료된 후 재발을 예방하는 열쇠는 이란을 좋은 이웃 경찰이 되게 하고 이란이 지역 패권국가가 되려는 야망을 경제적 이익으로 대체하도록 보장하는 것일 게다. 바로 그 대목에서 미국과 이란의 양자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

JCPOA가 비핵화 문제를 다루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 같은 파트너와 동맹국이 참여하고 각국이 각각의 관점과 목적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련 이슈 전체에 대한 참가국들의 상충하는 이해와 요구를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미국과 이란이 양자 협상을 하면 미국은 중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현대 이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 협상은 서로에 대한 오랜 불만에 대한 논의로 시작될 것이다. 이란의 불만에는 1953년 쿠데타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이란 군주 및 그의 잔인한 비밀경찰인 사박과 미국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미국은 1979년 이란 혁명 정권의 미 대사관 직원 납치와, 시아파 민병대를 이용한 이라크 남부의 미군 표적 납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상세한 질문과 구체적 답변을 포함해야 한다. 양국 공통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실행 그룹을 구성해도 된다.

협상은 위험 지역의 개요를 포함한 현재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예멘, 레바논, 이라크 그리고 특히 시리아에서 이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들 국가에서 이란의 이익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지, 많은 수니파 아랍인이 주장하듯 이란은 자신이 시아파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문제 말이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체제를 무너뜨리고, 이란이 볼 때 긍정적 결과였던 시아파 주도 정부가 탄생하도록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라크 정부를 약화시키는 민병대를 왜 이란이 계속 지원하느냐는 것이다.

이란은 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소수파인 알라위파(시아파 분파)가 지배하는 시리아 행정부를 이란이 지지하는 것은 수니파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불안하게 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전략지정학적 위치의 변화에 무관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란만이 시리아 전략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또한 자명한 근거가 있는 정책만 추구했던 게 아니었다. 지금은 미국이 테이블 위에 카드를 꺼낼 시간이다. 정권 교체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결국 시리아가 선택한 정부의 정책 변화를 승인할 것인가.

이스라엘은 어떤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은 재임하던 2005~2013년에 홀로코스트가 실제 일어났는지 여부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세계여론에 불을 붙였다. 이런 식의 유대인 무시와 경멸이 이란의 현 지도부에 남아있어 이스라엘에 대한 그들의 접근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과 이란이 양자 회담에서 다뤄야 할 마지막 핵심 문제는 이란의 군사활동 특히 미사일 프로그램이다. 이란은 북한처럼 핵무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대신 첨단 미사일을 보유한 현대 군사력을 유지할 권리를 빈번히 암시했다. 이란 군대의 적절한 역할과 역량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그랬던 것처럼 이란과의 직접 회담이 순서일 것이다.

미국은 8,0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성장하는 경제 그리고 강력한 지역 영향력을 지닌 이란을 상대로 제재와 비판에 기반한 정책을 계속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란 또한 ‘미국에 죽음을’과 같은 독선적 구호를 폐기하고 이익과 열망을 이루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마도 양국 간 불신의 벽이 너무 높은 것으로 판명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르게 해보는 것은 시도할 가치가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부차관보

크리스토퍼 힐/2017-11-12(한국일보)
크리스토퍼 힐/2017-11-12(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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