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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감독' 소피 마르소 "코미디에 도전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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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감독' 소피 마르소 "코미디에 도전하고파"

입력
2015.10.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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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가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변함 없는 미모를 뽐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가 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변함 없는 미모를 뽐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영화 ‘라붐’(1980)으로 데뷔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에게도 시대의 아이콘으로 사랑 받는 배우 소피 마르소(50)가 한국을 방문했다. 소피 마르소는 9일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월드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제일버드’(jailbirds)의 주인공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며 기자간담회 자리에 들어선 그녀는 ‘라붐’ 속 외모 그대로였다.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 하나하나에 허투루 대답하는 법이 없는 그녀의 모습은 35년차 배우이자 영화감독의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화려함을 지우고 오로지 연기력을 바탕으로 도전한 영화 ‘제일버드’는 남편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 마틸드(소피 마르소)가 스스로의 힘으로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소피 마르소는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탄압에 맞서는 등 강인한 여성의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다. 국내 개봉은 내년 예정이다.

-오랜 만에 한국에 왔다.

“2년 전 왔을 때는 영화가 아닌 광고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영화를 통해서 인사하게 돼 기쁘다. 배우이기 때문에 영화 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는 가지 못하지만 이렇게 2, 3개국은 다니려고 노력한다.”

-‘라붐’에서 헤드폰을 쓴 장면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한 때 ‘책받침 여신’을 불린 적도 있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좀 특이하면서도 놀라운 일들을 경험(‘책받침 여신’)을 한다.‘라붐’이라는 영화가 오래됐는데 특히 그 장면이 중요했다. ‘라붐’은 내 인생에서도 중요한 영화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있나.

“핵심 키워드보다도 항상 중요한 건 텍스트(글)다. 대사 등 쓰여 있는 문서나 대본 등이다.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나 인물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하면 3개월 가량 그 인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깊이 있게 텍스트를 이해해야 한다.”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배우와 감독 중 어느 게 적성에 맞는지?

“30년 동안 배우라는 직업을 했고 감독으로는 2편의 영화(‘사랑한다 말해줘’ ‘트리비알’)를 연출했다. 약간 지금은 감독이라는 직업이 끌린다.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 모두 내가 사랑하는 직업이어서 선택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두 직업을 모두 해나가겠다.”

-‘제일버드’는 여배우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보통 사람들이 힘든 역할이라고 하면 어둡고 무거운 역할을 꼽는다. 코미디는 가볍다고 생각해서 배우들이 힘들게 찍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역할은 다른 코미디를 연기하는 배우만큼 어려운 작업이었다. 특히 영화는 30대 젊은 여성 감독 오드리 에스트루고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그녀의 첫 장편 영화가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 특별하게 인간을 그리는 시선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관심 가졌다. 내가 작업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추웠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대중문화에 소피마르소, 피비케이츠 등이 인기였다. 오랫동안 활동하는 건 소피 마르소밖에 없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 당신은 내 젊음의 일부다’라는 말을 한다. 나도 반갑다. 그 말은 나를 젊어지게 하기도 한다. 여배우들이 영원하지 못할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평생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후배들에게도 자리를 넘겨줘야 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을 동안은 영화 출연에 매진하고 싶다.”

-이 영화가 잠재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프랑스나 유럽,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두 작가주의 영화가 있다. 미국에서 40여명 시나리오 작가들이 함께 쓴 평범함 이야기보다는 한 사람이 쓴 깊이 있는 스토리가 더 매력적이다. 작가주의 영화는 항상 다르게 표현한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장에서 돋보이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요소다. ‘제일버드’ 같은 영화 역시 젊은 감독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같이 작업하는 게 즐겁다.”

-첫 부산국제영화제 방문한 소감이 어떤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에서 최고의 영화시장으로 알고 있다. 성공한 영화제다. 이런 영화제는 한국이나 한국영화의 이미지에 많이 기여할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제에 와서 세계의 모든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초청받은 것도 영광이다.”

-한국에서 어떤 이미지의 배우로 남고 싶나.

“내가 몇 편 영화를 들고 올 때마다 우호적으로 환호해주셔서 감동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계속 유지해 행복했으면 한다.”

-한국 영화와 감독 중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최근에 대단히 환상적인 한국영화를 봤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다. 정말 걸작이다. 만약 무인도에 영화 10편 가지고 간다면 분명 ‘취화선’이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 감독들이 너무 많아서 특별히 손꼽기는 힘들지만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은 젊은 감독으로서 눈 여겨 볼 만하다.”

-10대 때부터 오랫동안 전 세계의 우상이었다. 반대로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나.

“마를린 먼로다. 보기만 해도 매혹적이고 걷잡을 수 없이 흥미로운 분이다.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식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분의) 영화를 많이 봤다.”

-감독으로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감독으로서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 특별한 리듬감이나 안무 등 웃기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항상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활동적으로 달리고 뛰고 떨어지는 역할들을 좋아한다.”

-디지털 시대에 스마트폰으로 영화 많이 보는데 영화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볼 때 정말 영화가 좋으면 스크린 사이즈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큰 스크린 영화 볼 때는 티켓을 사야 해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선택권 없이 보여주는 데로 봐야 한다. 오히려 개인의 취향이 덜 개입됐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마트폰은 심심할 때 껌을 씹듯이 덜 능동적인 활동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다. 영화를 본다는 건 남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상을 떠나 타인에게 다가가는 게 영화다. 영화를 본다는 건 항상 마음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관객들이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많이 봐주길 바란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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