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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0원’ 서울페이… 착한 소비 불구 고객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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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0원’ 서울페이… 착한 소비 불구 고객확보가 관건

입력
2018.08.07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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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 고통 분담 취지 

 소득공제 40% 등 혜택에도 

 신용카드 벽 넘을지는 미지수 

#

 계좌기반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울페이로만 가능한 서비스로 

 새로운 거래 만드는 게 포인트 

#

 프랜차이즈 가맹 점주들 

 “수수료가 근본 해결책 아냐 

 임대료 등 복합적 해결해야” 

[저작권 한국일보]스마트폰 앱투앱 결제 방식.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스마트폰 앱투앱 결제 방식. 박구원 기자

#“서울페이로 할게요.”

편의점서 담배와 맥주 등을 구입한 A씨는 결제 금액 1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휴대폰에서 ‘페이코’ 앱을 열고 QR코드를 인식하는 화면을 띄운다. 휴대폰으로 편의점 계산대 앞에 놓인 서울페이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 1만원을 입력하자 A씨 계좌에 있던 1만원이 편의점 계좌로 바로 입금되며 계산이 완료된다. 수수료는 0원.

A씨는 “신용카드를 냈다면 편의점주는 결제 금액 1만원 중 230원(수수료율 상한 2.3% 적용)의 수수료를 떼야 하지만 서울페이는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업주를 배려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신용카드 마니아 B씨는 서울페이를 그다지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마일리지 적립, 다양한 할인 혜택 등 기존 신용카드를 대체할 장점을 찾기 어려워서다. B씨는 “소득공제 혜택을 조금 늘렸다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신용카드의 매력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서울페이 사업모델을 토대로 그려본 가상 사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서울페이 도입을 공식 선언, ‘소상공인 수수료율 0%’라는 전례 없는 실험에 시동을 걸면서 향후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서울페이는 계좌이체 기반의 오프라인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기존 신용카드라면 은행은 결제플랫폼 사업자에게 이체 수수료를 받고, 결제플랫폼 사업자는 가맹점(편의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서울시와 민간 사업자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해 모든 발생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수수료 0원이 가능해졌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결제 방식은 매장 내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을 입력한 후 전송하는 스마트폰 앱투앱 방식과, 판매자가 매장 결제 단말기(POS기)에 있는 QR리더기로 소비자의 앱에 있는 QR코드를 읽어 결제하는 방식이 있다.

서울페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성공 관건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페이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용 활성화가 관건

서울시는 보다 많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15%), 체크카드(30%)에 비해 월등히 높은 40%라는 소득공제 혜택을 내놨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각종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교통카드 연계로 편의성도 도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혜택이 소비자의 경제적 동인이 될 지는 미지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카드를 쓰면 1, 2%씩 사실상 현금으로 돌려주고 혜택이 많은데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얼마나 쓸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이전에도 체크카드에 세금 혜택을 더 많이 줬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카드 결제 시장에서 체크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거래를 일으키는 결제 서비스가 아니면 성공이 어렵다고 본다”며 “신용카드로 현금 없이 결제가 가능해졌고 휴대폰 소액결제가 온라인에서 게임 머니나 특정 아이템을 사는 거래를 일으켰듯이 서울페이로만 가능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와 달리 계좌에 항상 잔고가 있어야 한다는 점, 다시 말해 여신 기능이 없다는 것도 서울페이 확산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반면 서울시를 비롯한 관이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다. 새로운 경쟁자를 맞닥뜨린 카드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직도 크고 예산도 많은 서울시가 시작한다면 다른 민간 사업자보다 빠르게 침투할 수 있다”며 “계좌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 시장엔 어느 정도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서울페이는 그간 카드 우대 수수료율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던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수수료 면제 혜택을 볼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연 매출이 5억원 이하인 소상공인들은 매출 구간별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이다 보니 ‘고매출-저영업이익’ 구조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김형래 시 서울페이추진반장은 “소상공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매출이지만 영업이익이 낮은 프랜차이즈도 정책 대상에 포함하도록 설계 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구세주 될까

수수료 부담 경감만으로 폐업의 기로에 놓인 자영업자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또 다른 문제다. 경기 침체, 임대료 인상,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영업자와 소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의견조사’에서는 ‘경영상황이 위기인 주된 원인(복수응답)’을 ‘내수(판매) 부진(61.1%)’과 ‘최저임금 인상 등 직원 인건비 부담 가중(57.5%)’으로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주 성모(52)씨는 “수수료가 연 평균 800만~1,000만원 사이라 이것을 없앤다고 하면 도움이 되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임대료, 최저임금,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의 수수료 0원이 기술 개발이나 혁신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용(수수료)을 절감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 협약’으로 달성됐다는 점은 태생적 한계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은행이나 사업 참여자들이 계속 0%로 갈 건지 약속이 필요하다”며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전 교수는 “결제플랫폼 사업자나 은행 같은 플레이어들한테 인센티브가 없으면 업무협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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