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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ㆍ쿠르드 둘 다 동맹인데… 난처해진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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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ㆍ쿠르드 둘 다 동맹인데… 난처해진 美

입력
2016.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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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IS 격퇴 명목 시리아 진군

쿠르드족 기지에 이틀 연속 공습

美 “우선 터키 지지” 급한 불 진화

쿠르드족, 터키 공항 로켓포 공격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를 척결한다며 시리아로 넘어가 군사작전을 펼친 터키군이 27일시리아의 자라블루스 인근에 있는 쿠르드계 주둔지에 이틀째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를 척결한다며 시리아로 넘어가 군사작전을 펼친 터키군이 27일시리아의 자라블루스 인근에 있는 쿠르드계 주둔지에 이틀째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본격적으로 가담한 터키군이 쿠르드계 세력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계는 모두 미국의 동맹으로 IS 소탕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의 친구는 적”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연출되며 시리아 독재 정권과 반군, IS와 쿠르드계가 뒤얽힌 시리아 사태가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드계가 이끄는 자라블루스 군사위원회는 시리아 북부 자라블루스 인근 기지와 마을이 이틀째 터키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이 20명 이상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전했다. 터키 관영 아나톨루 통신은 쿠르드군이 반격에 나서면서 터키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터키의 쿠르드군 공격은 예고된 수순이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계 세력인 민주동맹당(PYD)과 인민수비대(YPG)가 1980년대부터 자국 내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와 연계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에게 PYD와 YPG는 시리아 북부에서 IS를 몰아내는 데 큰 성과를 올린 주요 동맹세력이다. 이에 따라 터키는 미국의 YPG 활용에 불만을 품긴 했지만 YPG가 유프라테스 강 서쪽으로 넘어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묵인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YPG가 IS의 주요 거점인 만비즈를 탈환하며 유프라테스 강 서쪽으로 본격 진출하자 터키의 태도가 급변했다. 터키는 24일 IS 타격이란 명목으로 ‘유프라테스의 방패’라 명명한 군사작전 아래 탱크를 진격시키며 시리아 국경을 넘어 만비즈 인근 자라블루스를 순식간에 점령했다. 쿠르드군이 국경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할 경우 터키 남동부 쿠르드계 거주 지역의 분리독립 투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난처해진 미국은 우선 터키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24일 터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비날리 이을드름 총리와 회담 후 “쿠르드계가 약속대로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퇴각하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 가디언은 “미국은 시리아 정권과 반군, 쿠르드계와 IS가 뒤얽혀 4파전을 벌이는 시리아 상황에서 쿠르드계와 터키의 전황까지 격해지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쿠르드군은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전선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쿠르드계는 지난 3월 이미 시리아 북부 하사카와 에인이사 일대를 장악하고 자치정부를 선포하는 등 독립 움직임을 드러내며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 쿠르드계 관계자가 이날 터키군의 공격에 대해 “전례 없는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양측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한편 이날 터키 남동부 디야르바키르 공항이 PKK의 로켓포 공격을 받는 등 터키 국내 쿠르드와의 갈등도 격화될 조짐이다. AFP에 따르면 이날 공항 밖 경찰 검문소를 향해 네 차례의 로켓 공격이 발발했고, 인명피해는 없지만 승객과 공항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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