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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질 거라구요? 근로자도 더 책임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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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이 더 어려워질 거라구요? 근로자도 더 책임을 느끼게 될 겁니다.”

입력
2017.0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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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근로자 이사, 배준식 서울연구원 이사 인터뷰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에서 만난 국내 1호 근로자 이사 배준식 연구위원은 “더 이상 연구원들이 고용 불안에 떠는 일은 없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에서 만난 국내 1호 근로자 이사 배준식 연구위원은 “더 이상 연구원들이 고용 불안에 떠는 일은 없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1호’란 타이틀은 영광스럽긴 해도 몹시 부담스럽다. 잘 하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국내 1호’ 근로자 이사가 된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배준식 이사(연구위원)의 어깨는 그만큼 무겁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배 이사는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연구원들을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 이사는 노사 협력관계가 잘 구축된 유럽에서는 보편화한 제도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8개국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현장 경험을 갖춘 근로자 대표가 기업 이사회 멤버가 돼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서울시가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느냐”며 다음달까지 상시 근로자 100명이 넘는 산하 10개 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도입하기로 했고, 그 첫 기관이 서울연구원이 됐다. 연구원은 동료 직원 30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두 명의 후보로 작년 말 투표를 했고, 배 이사는 전체 직원 과반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전체 11명의 이사 중 한 명이다. “주변에서 쓴 소리와 직언을 잘 하는 스타일이어서 저를 적극 추천했죠. 평소 근로자 처우 등에 관심이 많던 터에 부담스럽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박사 과정을 마친 2007년 4월 정규직 연구원으로 입사한 배 이사는 비정규직인 석사급 연구원들과 일하면서 고용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임기 3년 동안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사회에 개진할 계획이다. 배 이사는 “1년 기간제 혹은 6개월 가량의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연구원들은 언제 나가야 할 지 몰라 불안해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취업지원 등 서비스를 강화하며 차츰 연봉 문제 등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사급 연구원들의 승진 적체 현상 등도 이사진과 협의해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서울연구원은 전체 인력의 3분의 2 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균 연봉은 정규직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가 생각하는 근로자 이사의 역할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견제하고 바로 잡는 것”이다. 그는 “시장 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은 대부분 경제학자들이 인정하는 대목”이라며 “국내에서도 진즉 도입했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물론 근로자 이사제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도 그는 잘 안다. 독일, 스웨덴처럼 60년 이상 노사가 함께 경영의사결정에 참여한 경험 없이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은 국내 경영 환경에서는 오히려 의사 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배 이사는 “근로자의 의견만 고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며 의사결정에는 당연히 다수결 원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근로자가 회사 사정을 더 잘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책임감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성숙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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