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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되는 닭, 육계에 감춰진 3가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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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되는 닭, 육계에 감춰진 3가지 진실

입력
2015.10.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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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널리 사랑받는 식재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닭은 널리 사랑받는 식재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치맥’(치킨+맥주), ‘치느님’(치킨의 뛰어난 맛을 칭송하는 신조어)… 남녀노소 즐기는 음식의 재료 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닭이다. 평소에는 따끈한 치킨으로, 복날에는 몸보신용 삼계탕으로 소비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도축된 닭은 8억8,000만마리, 1인당 먹은 양은 12.6㎏에 달한다.

특유의 치킨 배달문화는 동남아시아 국가와 미국에까지 전파됐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2013년 기준 3만5,429개)보다 더 많은 치킨집(약 3만6,000개)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치킨이 되는 닭, 육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퇴근 후 치맥을 일상의 낙으로 삼던 이들에게 치킨에 감춰진 3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리가 손에 든 치킨은 사실 왕병아리다. 사진 www.aspca.org
우리가 손에 든 치킨은 사실 왕병아리다. 사진 www.aspca.org

1. 치킨은 닭이 아닌 왕병아리

닭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7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산다. 흔히 말하는 영계의 기준은 최소 6개월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닭은 약 생후 30일 안팎에 도축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더 빠르게 도축한다. 미국과 브라질 등은 닭 가슴살 부위를 많이 먹기 때문에 보통 닭이 2.7㎏이 될 때까지 키워 잡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닭 한 마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5㎏이 되면 도축하는 것이다. 빠른 도축에 대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사육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폐사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고 소, 돼지고기처럼 무게단위로 파는 것과 달리 닭은 마리당으로 팔기 때문에 업체에선 손해 볼 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재조합식품(GMO) 사료 공급과 성장촉진제, 항생제등의 화학적 성분 투여도 이뤄진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닭이 아닌 왕병아리를 먹고 있는 것이다.

가슴 부위에 살이 집중적으로 찌도록 설계된 품종은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받는다. 사진 theveganlily.wordpress.com
가슴 부위에 살이 집중적으로 찌도록 설계된 품종은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받는다. 사진 theveganlily.wordpress.com

2. 품종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닭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전 세계 사육되는 닭의 95%에 해당하는 품종을4~5개의 종계(번식을 위한 닭)회사가 보급한다. ‘로스’, ‘코브’ 등 이러한 품종은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몸이 불어나게 개량됐다. 게다가 닭가슴살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슴 부위에 살이 집중적으로 찌도록 한 품종도 생겼다. 이렇게 되면 다른 신체 부위가 상대적으로 왜소해지면서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고,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 닭은 물과 사료를 먹지 못해 굶어 죽기도 한다. 끝없는 품종 개량으로 생산성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닭의 면역력은 약화됐고, 이는 농장 내 개체 간 질병 전파를 용이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밀집사육된 닭은 면역력이 떨어진다. 사진 en.wikipedia.org
밀집사육된 닭은 면역력이 떨어진다. 사진 en.wikipedia.org

3. 사육은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카라, 케어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닭고기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 받다 식탁에 오르고 있다. 밀집 사육되는 닭들은 상품성 보전을 위해 부리가 잘리는 등 신체를 훼손당한다.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공장식 사육은 단순히 동물의 복지 문제를 넘어 인간의 건강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에 취약하며 AI의 확산 경로가 되기도 한다. 밀집 사육되는 닭들은 출하 전까지 쌓이는 분변과의 접촉으로 피부에 화상과 염증을 입고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 증가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또 농장 내 햇볕이 들지 않다 보니 자외선의 바이러스 살균 효과마저 차단된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설명이다.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정부는 2012 년 3월부터 ‘동물 복지 축산농장 인증표시’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산란계 동물 복지 농장은 있었지만 육계 농장이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것은 지난 7월과 9월 두 곳에 불과하다. 육계 농장이 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닭들이 편안하게 일어서고, 돌아서고, 날개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매일 최소 8시간 이상 밝은 상태와 6시간 이상 어두운 상태가 지속돼야 한다. 또 자유방목을 추가 인증 받기 위해서는 사육시설에 별도의 방목장 면적이 3마리당 3.3㎡이상 확보해야 한다.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과 닭은 일반적으로 사육된 달걀이나 닭보다 다소 비싸다. 하지만 동물의 복지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닭과 달걀의 사육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아지는 추세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최현진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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