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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核 개발 차단… 이제 세계 눈은 北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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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核 개발 차단… 이제 세계 눈은 北으로

입력
2015.04.0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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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통해 '핵 주권 제한' 성과

북핵 6자회담에도 긍정영향 기대

北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평가

경제 제재에도 아랑곳 안해

"이란과 차원 달라" 회의론도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타결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협상 타결을 기뻐하고 있다. 이날 테헤란에는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협상 타결을 반겼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간의 핵 협상이 타결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고 협상 타결을 기뻐하고 있다. 이날 테헤란에는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협상 타결을 반겼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 핵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이제 북한 핵 문제로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확산 추세 속에 북핵이 비핵화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의 타결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협상이 이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라는 점에서 ‘이란 해법’의 유용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제재 푸는 대신 핵 주권 재갈 물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은 2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의 폭로로 군사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시설 존재가 드러난 지 12년 여 만의 성과다.

합의안에 따라 이란은 현재 1만9,000여기의 원심분리기를 향후 10년간 3분의 1 수준인 6104개로 감축하고, 저농축우라늄의 경우 15년간 1만㎏에서 300㎏으로 줄이되 농도 3.67% 이하로 동결키로 했다. 이와 함께 중수로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설계를 변경하고 모든 핵 시설과 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도록 했다. 그 대가로 국제사회는 6월 30일 최종 합의타결과 동시에 이란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먼저 풀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순차적으로 해제할 예정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P5)및 독일이 이란과 맺은 합의의 골자는 ‘제한적 핵 주권’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핵 활동을 전면 금지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허용하되 강도를 대폭 낮춰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초기 단계의 핵 개발 수준에 있는 이란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비확산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절충한 결과다.

이란 핵협상은 북핵 문제 해결에도 청신호

이란 핵 협상의 타결로 국제사회에서 이제 북핵만이 유일한 비핵화 협상으로 남게 됐다. 북핵 타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틀인 ‘6자 회담’이 2008년 12월 이후 개점휴업인 가운데 이번 협상은 북핵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3일 “대화와 타협으로 핵 문제를 풀어가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북한도 이란처럼 대화에 응하고 성의를 보이면 난마처럼 얽힌 핵 문제를 얼마든지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수교에 이어 이란 핵 협상 타결까지 성사시킨 만큼 북한으로 관심을 돌려 임기 안에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쿠바와 이란, 북한을 적국으로 명시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및 이란과 잇따라 손을 잡았기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북한에도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다.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관련국들은 민간과 정부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1.5트랙 성격의 대화를 5월에 열자고 북한에 제의한 상태다. 미국은 이달 24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기간에 북한이 무력도발을 자제할 경우 평양을 포함해 적당한 장소에서 북 측과 만날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라인 넘은 북한은 이란과 전혀 달라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은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어 이란 해법이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도리어 우세하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란과 비교할 때 핵 능력에서 월등한 단계에 올라 있다. 이란은 핵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어섰기 때문에 북한에게는 이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북한은 1993년 NPT를 탈퇴해 비확산체제를 뒤흔든 장본인”이라며 “이란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느슨한 압박도 북핵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원유 수출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이란의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현실적인 당근책이 될 수 있었지만 북한은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지하자원을 중국에 수출하고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전혀 별개의 사안인 이란 핵 협상 타결로 북핵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며 “쿠바 및 이란과의 관계 회복으로 충분한 치적을 확보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2012년 2ㆍ29합의 파기를 비롯해 북한이 여러 차례 합의를 번복하면서 국제사회의 피로감이 커지고 인내력이 줄어드는 점도 북핵 협상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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