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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얼씬도 못한 '준비된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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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얼씬도 못한 '준비된 병원들'

입력
2015.06.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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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ㆍ이대목동ㆍ세브란스 등

수억 들여 국제인증 통해 감염 관리

18일 서울 은평소방서 구조팀장 등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5명이 관내 경로당 5개소를 방문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을 실시했다. 은평소방서 제공
18일 서울 은평소방서 구조팀장 등 소방관과 의용소방대원 5명이 관내 경로당 5개소를 방문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예방을 위한 방역을 실시했다. 은평소방서 제공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에 대한 대처 방식이 병원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놓고 있는 가운데 서울성모병원과 이대목동병원 등 메르스 확산 차단에 성공한 일부 병원들이 국제인증을 통해 감염 관리에 만반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건양대 김안과병원, 이대목동병원, 인하대병원 등은 최근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따냈다. 2007년 국내 처음 JCI 인증을 받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이대목동병원은 두 번째 인증을 완료하고, 세 번째 인증을 준비 중이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은 JCI 인증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

JCI는 전 세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평가하고 인증서를 수여하는 비영리기관. 신청 기관과 이해관계가 없는 평가단이 5~7일 동안 머물며 점수를 매기는데, 감염 관리를 포함한 심사 항목이 1,218개나 되는 등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통과하려면 수십 번씩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하고, 심지어 청소까지 심사 대상이다. 중환자실 청소에 썼던 도구를 다른 병실에 쓰거나, 청소가 끝난 뒤 그 장소에서 곧바로 손을 씻지 않으면 가차 없이 감점이다. 국내 병원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항목은 방문객 교육. 김소연 서울성모병원 성과향상팀장은 “JCI 기준에 따라 어린이나 고령자 병문안 자제, 외부음식 반입 금지 등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듣고도 안 지키는 방문객이 적지 않다”며 “메르스 사태 이후 이런 문화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CI 심사 비용은 1억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인증에 필요한 격리병실, 음압시설, 화재장비 등 하드웨어를 갖추고 모의훈련을 수행하는 데도 수억원이 추가로 든다. 그럼에도 일부 병원들이 인증을 추진한 이유는 만일의 사태 때 그만큼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과 이대목동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왔을 때 JCI 인증을 따는 과정에서 훈련한 방식대로 대처해 추가 확산을 막았다.

JCI 인증이 없는 삼성서울병원은 최근에서야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증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JCI 감염 관리 기준에 따르면, 예방 지침이 환자 보호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방문객 등 병원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에게 교육돼야 하고, 음압격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정식 음압병실이 하나도 없고, 협력업체 직원인 응급실 이송요원을 감염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찌감치 JCI 인증으로 전염병에 대비했다면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우지 않았을 거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병원 평가 전담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게 감염 관리 부문에서 모두 최고 점수를 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평가 항목에 응급실도 빠져 있었다”며 형식적 평가라고 비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심사 기준은 JCI와 거의 유사하지만, 평가자들의 경험이나 숙련도에 차이가 클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JCI는 1994년 미국 내 병원을 중심으로 인증을 시작했으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2010년 출범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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