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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구슬땀으로 1부 리그 다 이겨 볼랍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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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신 구슬땀으로 1부 리그 다 이겨 볼랍니더”

입력
2017.0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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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미조체육공원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란히 포즈를 취한 조광래(오른쪽) 대구FC 사장과 손현준 감독.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14일 미조체육공원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란히 포즈를 취한 조광래(오른쪽) 대구FC 사장과 손현준 감독.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14일 오전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장너머 겨울바다를 보며 30여 분을 달려 미조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우리 팀이 뭐 볼게 있다고 서울서 여기까지 왔노.” 조광래(63) 프로축구 대구FC 사장이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과거 대표팀 감독 시절 입었던 낡은 트레이닝 복에 방한복과 방한모로 무장한 그는 축구단 사장이 아니라 ‘촌로’같았다.

작년 말 K리그 클래식(1부)에서 가장 주목 받은 팀은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한 강원FC였다. 이와 함께 대구의 이름도 연일 오르내렸다. 함께 1부로 승격한 강원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대구는 조용하다는 이유였다. 조 사장은 “‘대구는 어떻게 할 거냐’는 전화 엄청 많이 받았다”고 웃으며 “이름 있는 선수를 많이 데려오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기존 선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손현준(44) 대구 감독도 “감독 입장에서 좋은 선수 쓰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우리 선수 기량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나란히 1부에 승격한 강원과 대구는 팬들로부터 늘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강원이 선수단 대부분을 물갈이한 반면 대구는 큰 폭의 변화가 없다. 주요 선수로 외국인 레오(27)와 주니오(31ㆍ이상 브라질), 수비수 한희훈(27)과 미드필더 김선민(26)을 영입한 정도다. 손 감독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역시 조직력과 응집력이다. 새 외국인 공격수들의 득점력도 관건이다”고 했다.

훈련 전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손현준 대구 감독.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훈련 전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손현준 대구 감독.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대구는 대신 일찌감치 구슬땀을 흘렸다.

다른 팀들이 대부분 휴가를 가는 작년 11~12월에 국내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다. 지난 1월 6일부터 2월 1일까지 고지대인 중국 쿤밍에서 강도 높게 담금질을 했고 국내로 돌아와 경남 남해에서 18일까지 마지막 전훈을 소화한다. 손 감독은 “선수들이 클래식 팀과 붙으면 경기력, 템포가 한 단계 위라는 걸 느낄 거다. 그 차이를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를 이끄는 두 수장인 조 사장, 손 감독의 관계는 독특하다.

조 사장은 한국 축구에서 손꼽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한국축구를 풍미한 미드필더였고 감독으로서 FC서울, 경남FC 등 프로와 국가대표를 거치며 굵직한 업적을 쌓았다. 선수를 보는 안목이 탁월해 ‘조광래의 아이들’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2014년 10월 대구FC 대표이사로 선임돼 행정가로 변신한 뒤 2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손 감독은 조 사장이 서울 사령탑일 때 선수였다. 대구 코치로 있다가 작년 8월 이영진(54) 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임하면서 감독대행으로 팀을 맡았다. 1부승격의 공로를 인정받아 올 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으로 승진했다. 손 감독의 사령탑 경험이 많지 않기에 현장에서 잔뼈 굵은 조 사장이 사실상 팀을 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손 감독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팀이 잘 되기 위해 협업할 뿐이다. 오히려 사장님께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셔 고맙다”고 했다. 현재 남해 전훈지에는 대구 숙소에서 선수단 음식을 책임지는 주방 아주머니들도 함께 내려와 있다. 과거 대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잘 먹는 일만큼 사기 진작에 좋은 건 없다. 조 사장은 “손 감독은 선수 때부터 열정이 넘쳤다. 공부도 많이 하는 지도자다. 이제는 전적으로 맡긴다. 필요할 때만 가끔 조언을 해 주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조광래(왼쪽) 사장이 팀 훈련 도중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홍정운의 재활을 돕기 위해 직접 공을 던져주고 있다.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조광래(왼쪽) 사장이 팀 훈련 도중 부상에서 회복 중인 홍정운의 재활을 돕기 위해 직접 공을 던져주고 있다.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sportic@hankookilbo.com

대구시는 현재 낡은 시민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축구 전용구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르면 2018년 하반기 완공된다. 클럽하우스는 그 전에 지어진다. 1만2,000석 규모의 아담한 운동장을 가득 메워 시민들 앞에서 멋진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조 사장의 꿈이 현실로 나가오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다시 2부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2~3년 후 대구 프로축구에 새 시대가 열릴 것이다”고 자신했다. 손 감독도 “올 시즌 1차 목표는 클래식 잔류다. 나머지 11팀을 모두 한 번씩 이겨보고 싶다. 그러면 저절로 잔류라는 성적이 따라올 것이다”고 미소 지었다.

남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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