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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견딜 건물은 여전히 10채 중 한채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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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견딜 건물은 여전히 10채 중 한채도 안 된다

입력
2017.11.17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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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건축물 중 강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건물은 열 채 중 한 채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정부도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건물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인 민간 건축물이 내진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16일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건축법상 내진 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 273만8,172채 중 실제로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56만3,316채(20.6%)였다. 특히 국내 모든 건축물(708만9,328채)을 기준으로 하면 내진설계 적용 건물 비율은 7.9%로 뚝 떨어졌다. 현행 건축법은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수선할 땐 6.0~6.5 규모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대다수 건물이 지진에 ‘무장해제’ 상태인 이유는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의무적용 대상은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이었다. 따라서 88년 이전 준공된 건축물은 내진설계 의무가 전혀 없고 현재로선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은 전체의 34%나 됐다.

88년 이후 준공된 건축물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는 2005년 7월부터 내진설계 의무 적용 대상을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로 확대했다. 88년부터 2005년6월까지 준공된 3~5층 건물은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게다가 2층 이하 건물들은 아예 무방비 상태였다. 지난해 9월 경주지진(진도 5.8)을 계기로 올해 2월부터 내진설계 대상이 ‘2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다. 김재관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축물 분포를 보면 단층이나 2층짜리 건물이 상당히 많은데도 그 동안 2층 이하 건물들은 내진설계 대상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단독주택(417만7,598채)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4.4%에 불과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46.6%)에 비해 현저히 낮다. 문제는 저층 건물이 지진 피해에 가장 취약하다는 데에 있다. 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무너진 건물 중 94%가 3층 이하였다. 박홍근 서울대 교수는 “설령 저층 건물에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내진 성능을 갖춘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저층 건물의 경우 시공 과정에서 설계대로 철저하게 반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주 지진 이후 정부도 기존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 놨다. 내진보강 건축물의 지방세(재산세ㆍ취득세) 감면율을 확대하고, 건폐율ㆍ용적률을 10% 완화해줬다. 그러나 이 정도의 혜택에 민간 건축물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내진 보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내진 보강에 소요되는 비용의 50%를 지자체나 국가에서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이나, 리모델링 사업 인ㆍ허가 시 내진보강을 전제로 층수 규제 등을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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