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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존감 올리는 강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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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존감 올리는 강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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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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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 자존감이 마이너스(-) 18이라니...”

대학생 박준(23·가명)씨는 요즘 ‘자존감 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해본 자존감 테스트(SEI 테스트) 결과가 평균인 22점에 한참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테스트 결과를 보자마자 도서관에서 자존감 관련 책 5권을 빌려 읽었고, 틈날 때 마다 인터넷에 올라온 ‘법륜스님의 자존감 강의’를 보고 있다. 박씨는 “학과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다”며 “마치 ‘사회부적응자’가 된 느낌이라 앞으로도 자존감을 높이는 법을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기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란 뜻의 자존감(자아존중감)은 최근 개인심리를 파악하는 지표로 떠오르며 청년들의 자기 계발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의하면 자존감 관련 서적 '자존감 수업’(심플라이프)은 지난 23주 동안(지난해 10월 10일~2017년 3월 18일) 종합 10위안에 들었으며, '미움 받을 용기'(인플루엔셜)는 지난해 18주 동안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에는 자존감 특강이 개최되는 등 관련 컨텐츠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자존감 개발 열풍은 청년세대의 자존감이 낮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0대 616명을 설문조사한 전체 응답자 중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고 대답한 사람이 40%에 달했다. 자신의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5%에 불과했고 ‘보통’이라 답한 비율은 35%였다.

사실 20대의 자존감이 낮은 것은 그 연령대의 특성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대인관계에 혼란을 겪는 20대는 높은 자존감을 형성하기 어렵다. 문혜진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성인기 자아존중감 변화와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세대에 비해 경제여건이 취약한 청년기와 노년기의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유이나(20·가명)은 “대학생이 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못나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업난, 스펙(자격조건) 압박 등에 시달리는 ‘헬조선’ 청춘들의 자존감은 더 낮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경쟁에 치여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상담교수는 “치열한 경쟁구조에선 나는 늘 누군가의 평가 대상이 되고 남과 비교당하는데, 그럴수록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낮은 자존감의 원인으로 보았다. 취업준비생 한민정(26)씨는 “취업이 된 다른 사람과 그렇지 못한 나를 비교하니 ‘자존감 바닥’은 당연한 일”이라 하소연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선 성취경험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윤희 숙명여대 학생생활상담소 연구원은 “거대하고 막연한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를 잡아 성취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경우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저 사람은 날 싫어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 성취경험을 쌓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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