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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봄바람의 선물...인류무형문화유산 영등굿

입력
2017.03.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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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음력 2월 제주의 날씨는 예측불허다. 맑았다가도 금세 강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으로 변했다가 언제 그랬었나 싶게 다시 맑은 날씨로 바뀌는 등 도무지 감 잡을 수가 없다. 경험으로 이러한 날씨 변화를 체득한 제주도민들은 음력 2월을 영등달이라 부른다.

매년 음력 2월에 열리는 제주 영등굿 장면
매년 음력 2월에 열리는 제주 영등굿 장면

영등신(영등할망)이 꽃샘추위를 몰고 온다고 여겼고, 영등신이 제주에 머무는 보름 동안 예측할 수 없이 변덕스런 날씨와 혹독한 추위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비가 내리면 우장(雨裝)을 쓴 영등신이 왔다고 여겼고, 날씨가 따뜻하면 헛영등이 왔다고 말한다. 또 영등할망은 딸이나 며느리와 함께 찾는데, 사이가 좋은 딸과 함께 올 때는 따뜻한 날씨가, 며느리와 함께 올 때는 갈등이 많기 때문에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고도 여겼다.

날씨 변화가 심하기에 이 기간에 금기시하는 일도 많은데 영등달에 빨래를 하면 구더기가 괸다고도 하고, 배를 타는 것도 꺼린다. 더 나아가 영등달에 영등할망을 모시기 위한 영등굿을 펼친다. 영등굿은 영등할망이 제주를 찾는 2월 초하루에 영등환영제, 14일 또는 15일에 영등송별제를 지낸다. 환영제의 경우 간략하게 진행되는데 비해 송별제는 성대하게 치르는 차이가 있다.

영등할망은 한라산과 들판을 돌면서 꽃구경을 하는 한편으로 밭에는 씨를 뿌리고, 바닷가에서는 우무와 전각, 소라, 전복, 미역 등이 많이 자라도록 해초 씨를 뿌려준다고 믿었다. 때문에 굿을 통해 해상안전을 빌고 해녀들에게 소라와 전복, 미역 등의 해산물을 풍성하게 안기기를 기원했다.

영등굿이 열리는 모습
영등굿이 열리는 모습
바다와 함께 사는 제주주민들은 영등신에게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바다와 함께 사는 제주주민들은 영등신에게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영등굿에 참가한 제주주민들
영등굿에 참가한 제주주민들

제주 영등굿 역사는 조선조 중종 25년(1530)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도 소개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2월 초하루에 제주의 귀덕(歸德), 김녕(金寧), 애월(厓月) 등지에서 영등굿을 했다’는 기록과 함께 귀덕과 김녕 등지에서 나무 장대 12개를 세워 놓고 신을 맞아 제사했다거나, 애월에서는 약마희(躍馬戱)를 하여 신을 즐겁게 하다가 보름날이 되면 파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영등굿의 시작과 관련된 신화도 전해지는데 한림읍 한수리의 고기배가 풍파를 만나 외눈배기 땅에 불려가 잡혀 먹힐 상황에서 영등대왕이 배를 숨겨 이들을 구해줬다는 것이다. 이때 뱃사람들을 무사히 구조한 영등대왕은 분노한 외눈배기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그 시신은 우도와 한수리, 성산 등지에 떠오르게 되고 이후 뱃사람들이 영등대왕을 모시는 제를 지냈다는 내용이다. 이를 풀이하면 바다의 수호신 성격을 띠고 있는 영등대왕에게 해상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달라고 기원하면서 영등굿이 생겨나게 됐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영등굿의 주요 단골조직은 선주와 해녀들이다.

영등굿은 1970년대 미신타파라는 이름으로 무속신앙을 단속할 때 많은 시련을 겪다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이 198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되면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2009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일구게 된다. 제주의 바람이 만들어낸 신앙이 세계적인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제주 칠머리당영등굿은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인 칠머리당에서 열리는 영등굿을 말한다. 칠머리당은 원래 일곱 개의 머리 모양을 한 칠머리에 있어서 칠머리당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당초에는 건입포 포구에 위치했었으나 제주항이 확장되면서 지금은 사라봉과 별도봉의 중간 지점으로 당을 옮겼다. 이곳에서 2월 초하루에 환영제, 14일에 송별제를 지내는데, 국내외에서 많은 민속학자와 사진작가들이 굿을 보기 위해 몰려들기도 한다.

지난해 제주의 해녀문화까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니 해녀와 관련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두 건인 셈이다. 해녀의 숫자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해녀문화도 그렇거니와 영등굿도 예전에 비해 그 위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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