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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성능을 원한다면 특별한 알파벳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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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성능을 원한다면 특별한 알파벳을 붙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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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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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칼 벤츠는 세계 최초로 휘발유 엔진을 쓴 자동차를 발명했다. 그로부터 8년 뒤 1894년에는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가 열렸다. 다시 말해 내연기관(엔진)의 시작은 모터스포츠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 언제나 승부를 통해 최고를 가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그러니까 자동차 경주는 기술 발달에 불을 지폈다. 모터스포츠는 가장 뛰어난 자동차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모았고 우승을 거둔 경주차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명성을 얻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대부분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경기에 참가해 자신들의 자동차가 우수함을 증명했고 이는 곧 시장에서 기술력의 바로미터로 통했다. 모터스포츠에 강한 브랜드가 만든 양산차는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신뢰를 얻게 되는 법. 이를 위해 자동차 메이커는 고유의 경주차 개발 부서를 만들거나, 이미 자동차 경주에서 활약하는 튜너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의기투합한 업체라면 인수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탄생한 ‘고성능 부문’의 자동차는 기본형 차체를 보강하고 한층 출력을 높인 파워트레인을 써서 한 급 높은 성능을 낸다. 고성능 모델은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존재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주기도 한다.

모터스포츠 전담 부서를 만들어 성공한 BMW M, 아우디 콰트로 RS, 르노 RS

BMW M1(1979). BMW그룹 제공
BMW M1(1979). BMW그룹 제공

BMW M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BMW ‘M’은 1972년 ‘BMW 모터스포츠 유한회사’로 출발했다. 주된 사업 영역은 레이싱카 제작이었으며, 1973년 발표한 ‘3.0 CSL’이 유럽 GT 챔피언십에서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6년부터 BMW M은 양산차 생산에 발을 들인다. FIA 주최의 스페셜 그랜드 투어링 카 경기 그룹4 2.0리터 초과 클래스에 출전하기 위해서 M1을 개발하고, 규정 중 하나인 24개월 내 400대 최소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양산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BMW M시리즈의 시작이다. 하지만 M1은 기존 판매 모델을 바탕으로 제작한 모델이 아닌, 경기에 나가기 위해 개발된 차로, 기존 판매 모델의 고성능 버전인 현재의 M시리즈와는 다른 개념이다. M의 고성능 이미지를 적용해 기존에 판매하던 5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첫 M모델이 바로 M5이다.

1981년 WRC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한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스포트 제공
1981년 WRC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한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스포트 제공

아우디 콰트로

아우디의 고성능 디비전은 RS가 아닌 ‘콰트로’다. 콰트로에서 설계 밎 제작하는 모델이 RS3, RS4, RS5, RS5, RS7, RS TT 등 RS가 붙는 모든 모델이며, R8 역시 콰트로의 작품이다. 모델명에 붙는 RS는 독일어로 자동차경주를 뜻하는 렌 슈포트(Renn Sport)의 약자다. 콰트로의 설립은 1981년 WRC에서 최초의 4륜구동 랠리카인 아우디 콰트로가 우승을 거둔 것이 그 시초이다. 아우디는 그 후로 4번 더 우승을 차지하며, 아우디 콰트로는 4륜 구동 기술의 대명사가 됐다. WRC에서 아우디 콰트로가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인기를 끌자, 아우디는 ‘콰트로 유한회사’를 세우기에 이른다. 콰트로는 4륜 구동을 뜻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아우디의 고성능 자동차와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가리킨다.

르노 F1 터보 RS 01(1977), 르노 제공
르노 F1 터보 RS 01(1977), 르노 제공

르노 RS

르노는 시작부터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창업자인 르노 형제 중 마르셀 르노가 자동차 경주에 직접 참가했으며, 1977년부터 F1에 엔진을 공급하고 직접 F1 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자동차 경주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르노 브랜드 자체 레이싱 시리즈가 있다. 르노가 슈퍼카 브랜드가 아니라 오히려 소형차에 강세를 보이는 브랜드라는 걸 감안한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르노가 1976년 설립한 고성능 디비전인 RS(Renault Sport)는 F1와 F3, 포뮬러 E, 랠리 및 르노 차량으로 이뤄지는 원메이크 레이스 등 다양한 분야의 모터스포츠를 담당하고 있다. 모터스포츠만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고성능 디비전처럼 판매중인 일반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 역시 RS가 담당한다. 클리오 RS, 메간 RS 등 르노의 자동차 모델 명 뒤에 RS가 붙는다면, 고성능 모델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브랜드 전문 튜너를 자회사로 영입한 메르세데스 AMG, 볼보 폴스타, 미니 JCW

1971년 스파-프랑코상 24시레이스에 참가한 AMG 300 SEL 6.8. 다임러 제공
1971년 스파-프랑코상 24시레이스에 참가한 AMG 300 SEL 6.8. 다임러 제공

메르세데스 AMG

1967년, 다임러-벤츠의 연구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가 에르하르트 멜허와 함께 자신의 고향 그로사스파흐에 터를 잡고 자신과 멜허 그리고 그로사스파흐의 앞머리를 따 ‘AMG’를 설립한다. 다임러-벤츠에서 이미 고성능 레이스카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AMG는 설립과 함께 탁월한 기술력을 발휘하며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1971년 AMG가 손질한 300 SEL 6.8로 스파 프랑코샹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양산 차 부분에서는 SL과 SLC의 계보로 이어지는 R107과 C107 그리고 세단 모델인 W116 등의 고성능 모델을 개발했다. 당시의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관계가 없었으나, 창업자 두 명이 모두 다임러 출신으로, 다임러 엔진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MG가 개발한 모델들이 호평을 받으며 순조롭게 성장, 1980년대에는 외장 파츠 분야로 활동폭을 넓히게 된다. 1988년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관계를 맺고 본격적으로 고성능 차량의 개발에 힘쓰기 시작했다. AMG가 개발한 E클래스 경주차는 1988년부터 1993년까지 DTM 무대에서 50승을 거두는 성과를 냈으며, 다임러와 함께 개발한 C클래스의 고성능 모델 C63 AMG는 큰 성공을 거둔다. 1999년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은 AMG의 지분을 51%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되었고, 2005년에는 AMG의 모든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완전히 편입시켰다.

2013 STCC에 참가한 볼보 폴스타 레이싱팀. 볼보 제공
2013 STCC에 참가한 볼보 폴스타 레이싱팀. 볼보 제공

볼보 폴스타

폴스타는 1996년 볼보 레이싱카 튜닝에 특화되어 있던 ‘플래시 엔지니어링’과 볼보가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만든 ‘폴스타-사이안 레이싱’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스웨덴 모터스포츠 대회인 스웨디쉬 투어링카 챔피언십(STCC)에서 우수한 성적을 뽐냈다. 2006년부터 레이싱카 개발 및 튜닝으로 사업을 확대했으며, 2007년 볼보와 함께 R-디자인 모델을 선보이며 협력을 강화했다. 2012년 LA 오토쇼에서 최초의 폴스타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2013년부터 S60 폴스타 판매를 시작했다. 2015년 7월 볼보는 폴스타 브랜드 및 튜닝 사업부 지분을 100% 인수했다. 현재 판매 중인 폴스타 모델은 S60과 V40 두 가지이며, 볼보 폴스타 레이싱 팀은 WTCC에서 활약하고 있다.

폴스타가 추구하는 고성능 차는 ‘한계에서 더 안전한 차’이며, ‘마력을 더하는 것 보다는 예측가능성과 반응성을 높이는 것’이 개발 방향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고성능 차가 겨울을 피하는 것과 달리, 볼보 폴스타는 어떤 상황과 어떤 계절에도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숫자를 쫓기보다는 안전이라는 가치에 집중한 고성능 볼보 폴스타. 눈의 나라 스웨덴 브랜드답다.

196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한 미니 쿠퍼. BMW그룹 제공
1964년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한 미니 쿠퍼. BMW그룹 제공

미니 JCW

존 쿠퍼가 1946년 설립한 ‘쿠퍼 카 컴퍼니’는 F1와 F3 레이싱카를 제작하는 회사였다. 1959년 미니가 등장하자, 존 쿠퍼는 미니가 경주용 차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니의 초기 설계자 이시고니스는 레이싱카로의 개조를 반대했지만, 존 쿠퍼는 미니의 엔진 배기량을 997cc로 늘리고 21마력을 높여 최고출력을 55마력까지 끌어올렸다. 존 쿠퍼가 개조한 경주용 미니는 최고속도가 130km/h에 달했다. 존 쿠퍼의 미니는 1964-1967년 WRC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회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미니는 영국 레이서들에게 애용되기 시작했고 곧 '쿠퍼'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미니 쿠퍼는 1961년 양산이 시작되어 1971년까지 총 10년간 생산되다가 19년의 공백기 후 1990년 다시 영국의 로버에 의해 생산이 재개된다. 1994년 BMW가 미니를 인수했으며, 2000년, 존 쿠퍼의 아들 마이크 쿠퍼가 ‘존 쿠퍼 웍스(JCW)’를 설립, 미니를 인수한 BMW와 협력해 2001년 새로워진 미니가 탄생했다. 레이싱 DNA 고수하면서 도로 주행에도 적합한 안정감과 성능을 겸비한 모델로 태어났다. 2007년 BMW는 JCW의 상표권을 인수한 후, 이듬해에는 회사도 인수했다. 이후 JCW는 본격적인 미니의 고성능 디비전이 되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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