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7월 19일
지난 6월 7일 뉴저지 주 경선 승리로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은 그날 밤 뉴욕 브루클린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1848년 뉴욕 주 세네카 폴스(Seneca Falls)에서 열린 여성인권대회와 그들의 ‘감정 선언(Declaration of Sentiments)’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 선언에 참여한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승리는 누구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하고 이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여성과 남성들의 승리입니다.”
168년 전 오늘(7월 19일) 미국 역사상 최초인 그 여성인권대회가 열렸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법적 지위 등 6개 주제별 세션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행사에는 약 300명(남성 40명)이 참석했고, 그들 중 100명(남성 32명)이 저 선언에 서명했다. ‘소신 선언’이라고도 불리는 선언은 남성 권력이 여성에게 가해온 억압들을 16개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따지듯 열거한다. 그 처음이 “그(남성)는 그녀(여성)에게 천부의 권리인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거였다. 열악한 여성의 법적 지위(“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법에 그녀를 복종하게 했다”), 보편적 권리(“그는 가장 무지하고 저속한 남자들에게도 주어지는 권리조차 그녀에게는 주지 않았다”) 등이 뒤따른다.
저 행사를 주최한 이가 루크레티아 모트(Lucretia Mott)와 엘리자베스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이었다. 그들은 1840년 국제노예제 반대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편들과 함께 런던에 갔다가 여성에게는 참가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데 격분했고, 즉석에서 친구가 된 뒤 평생 동지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행사는 큰 주목을 받았고, ‘선언’도 급속히 확산됐다. 1850년 10월 매사추세츠 주 우스터(Worcester)에서 첫 정례 ‘여성권리대회(Woman’s Rights Convention)’가 열려 1869년까지 거의 매년 행사를 이어갔다. 69년 수전 앤서니의 전국여성참정권협회가 출범했다.
미국이 연방법으로 21세 이상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것은 1920년 8월이었고, 영국의 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저 권리를 획득한 것은 1928년이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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