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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고 악용되고...동성결혼 합법화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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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고 악용되고...동성결혼 합법화의 이면

입력
2014.09.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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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합법화 19개 주로 확산 / 오바마 정권의 진보적 성취

영국, 범죄집단에 의한 위장 결혼 / "시민권 따기 위한 좋은 도구" 신종 사업으로 떠올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거주하는 프레드 맥과이어는 지난 8월 반려자 조지 마르티네즈와 사별했다. 40년 이상 함께 살았던 두 사람은 마르티네즈가 눈을 감기 한달 전 캘리포니아주에서 결혼했다. 사회적 장벽이 둘의 결혼을 오래도록 막았다. 두 사람은 성별이 같았다. 마르티네즈를 떠나 보낸 뒤 맥과이어는 장벽의 존재를 다시 절감했다. 마르티네즈의 사망증명서에 배우자로 이름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맥과이어는 재정적 손실을 봤을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겪어야 했다. 연방법원이 개입하며 맥과이어는 마르티네즈의 사망증명서에 겨우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마르티네즈의 배우자로 온전히 인정받진 못했다. 맥과이어는 마르티네즈의 연금을 이어받지는 못해 집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2일 보도했다.

맥과이어의 사연은 동성결혼 합법화의 세계적 확산과 이를 막고자 하는 사회적 저항의 충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는 19곳이다. 동성결혼이 처음으로 합법화된 2008년 2개 주에 비하면 급격하게 늘어난 수치이나 미국 전체 50개 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에 따라 동성결혼에 대한 법적 혼선이 숱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에서 결혼한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해야 한다고만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주 출신 코니 윌슨도 동성결혼에 대한 사회적 불통의 희생자다. 최근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이사를 한 윌슨은 운전면허증 발급을 거부당했다. 신분증으로 제시한 결혼증명서의 배우자와 성별이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텍사스주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지 못한 윌슨은 이사 온 집 계약도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윌슨은 법정싸움에 나설 예정이나 운전면허증을 얻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허핑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동성결혼 허용은 마리화나 합법화와 함께 버락 오바마 정권 1기에 이뤄진 진보적 ‘성취’로 평가 받는다. 오바마 정권은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허용했고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일부 주를 위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08년 동성결혼을 아예 법으로 금지시킨 애리조나주 의회는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사업들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최근 입법 추진하기도 했다. 입법은 잰 브루어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무산됐다.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보울 개최 위원회 등 여러 단체들의 거센 비판이 압박으로 작용했다. 애리조나주는 내년 열릴 슈퍼보울을 유치해 놓은 상태다.

영국에선 지난 3월 합법화된 동성결혼이 범죄 집단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 22일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불법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장 동성결혼이 신종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장결혼으로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불법이민자와 브로커에게 동성결혼은 이민당국을 속이기 좋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잠입 취재한 BBC기자에게 위장결혼 브로커는 1만 파운드(약 1,700만원)만 주면 동성결혼을 주선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브로커는 “이민국이 동성결혼에 대해선 까다롭게 굴지 않아 ‘(위장하기) 더 쉽다’”고 말했다. 한 이민국 직원은 “여자든 남자든 동성끼리의 결혼은 위장 여부를 밝혀내기가 이성 결혼보다 어렵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서만 혼인 신고 20~30%가 위장결혼으로 추정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이상언 인턴기자(동국대 국제통상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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