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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자 집단 폭행이 어찌 한 개인의 일탈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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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자 집단 폭행이 어찌 한 개인의 일탈일 수 있나

입력
2017.12.28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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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중국 방문 당시의 한국기자 집단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중국 공안당국이 보안업체 직원 한 명을 구속했다고 알려 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베이징 보안업체에 소속된 리모씨를 고의상해 혐의로 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집단 폭행에 가담한 다른 경호원들은 무혐의 처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구속된 리씨의 폭행에 대해서도 “우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공안이 피해자의 부상과 다른 경호원들 간에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직후 중국 당국이 보인 소극적 태도에 비추어 이런 부실ㆍ은폐 수사는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긴 하다. 사건을 경호원 한 명의 일탈행위로 축소하려는 중국 공안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중국 측 경호원 10여명이 한국 기자를 집단 폭행한 사실은 당시 촬영된 동영상이나 목격자 증언에 의해 이미 충분히 밝혀진 바다. 특히 심하게 폭행 당한 한 기자는 한국으로 돌아와 코뼈 골절수술을 받았고, 눈 주위의 골절과 시신경 손상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기자는 중국에서의 조사 당시 “보안요원 10여명이 취재를 제지한 뒤 곧바로 끌고가 얼굴 등을 가격했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얼굴을 걷어차였다”고 진술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공안이 지난주와 이번 주 두 차례에 걸쳐 중간수사 결과를 통보해 왔고, 그제 이런 사실을 외교부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중간수사 단계라고 하지만, 중국 당국이 사건을 이 정도로 종결하려는 게 뻔하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은 사건 직후부터 “한국 측 행사장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우리 정부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마지못해 “심각성을 공감한다”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열흘이나 지나 피해자에게 “유감”이라고 한 게 전부다.

이번 집단 폭행 사건은 현재까지 드러난 중국 당국의 시각과는 달리 단순 우발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 외국 정상을 국빈 초청한 바로 그 자리에서 수행기자들을 집단 폭행하는 막장극을 벌인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다. 공산주의 체제 특유의 풍조를 감안해도, 한국을 얕잡아 보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도 이 사건이 갖는 엄중함을 직시하고,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단호한 자세로 밀고 나가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다가는 비난의 화살이 우리 정부로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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